[미디어펜=김영진 기자] "배달앱 시장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타나 신선한 자극을 주고 경쟁을 일으키고 배달 시장을 키우는 것은 긍정적으로 봅니다.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타났다고 견제하고 심지어 경찰과 공정위까지 신고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런 게 신고 거리가 되고 보도자료까지 뿌릴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지금 배달앱 시장은 아사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배달앱 시장 1위인 배달의민족과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하 배민)이 쿠팡을 공정거래위원회와 경찰에 신고한 것을 두고 업계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비록 업계 일부의 의견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현재 배달앱 시장이 얼마나 혼탁한 상황인지 느낄 수 있다.
배민은 지난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이 음식 배달 시장에 진출해 영업 활동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영업 비밀을 침해하고 불공정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위에 신고하고 경찰에게도 수사를 의뢰했다"라고 밝혔다.
배민에 따르면 쿠팡이 음식점에 배민과의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쿠팡이츠'와 독점 계약을 맺으면 수수료를 대폭 할인해 주는 것은 물론, 매출 하락시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르는 현금 보상까지 해 주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또 쿠팡이 매출 최상위 50대 음식점 명단과 매출 정보까지 확보해 영업 활동에 이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영업비밀보호법 상 '영업비밀 침해 행위'에 해당하는지 경찰 수사 등의 방법을 통해 명확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은 배달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는 업계 1위 기업이다. 반면 쿠팡의 배달앱인 '쿠팡이츠'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독보적 시장 1위인 배민이 쿠팡을 상대로 신고라는 극단적 방법까지 취한 배경은 무엇일까. 쿠팡의 배달앱 시장 진출로 배민만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닐 텐데, 왜 유독 배민만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배민은 배달 수수료로 최대 15%를 가져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쿠팡은 5%의 수수료를 음식점 측에 제안했다는 것이다.
시장 후발 주자로서 업계 1위와 거래하고 있는 곳과 접촉해 수수료 협상을 한 것이 나쁜 일인가. 게다가 배민 매출 최상위 50대 음식점은 배민과 독점 계약을 맺고 있는 곳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쿠팡 역시 영업기밀을 빼낸 게 아니라 앱에 이미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료를 만든 거라고 해명했다.
특히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타나 수수료가 낮아지면 고객과 음식점주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다. 왜 이것이 불공정 거래 행위인가.
과거 뉴스를 살펴보면 배민은 시장 1위가 되기까지 불공정 행위 등으로 수차례 공정위 등으로부터 감시와 조사를 받아왔다. 대부분의 사유가 불공정 경쟁 행위와 과도한 수수료 때문이었다. 이는 아직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배민은 지난해 3192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96.4%나 성장했다. 영업이익도 585억원을 올려 전년 대비 170.8%나 크게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8.3%에 달한다. 인터넷 플랫폼 사업자중 거의 유일하게 흑자를 보고 있을 뿐더러 이런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기업도 거의 없다.
또 배민이 이렇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생계형 직업을 없앴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자신이 시장을 잠식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줬던 이들에게는 '로맨스'이고 이제 자신의 파이를 빼앗으려는 이들에게는 '불륜'으로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