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25일 바른사회시민회의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론 실험,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정책 토론회에서 주제발표 중인 허희영 항공대 교수./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
통계청이 올해 1/4분기 소득 동향을 발표하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전년동분기보다 소폭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동시에 경상소득은 "1분위(하위 20%)와 5분위(상위 20%)의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소득 양극화가 다소 완화된 모습이란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겠지만, 두 분위의 소득이 줄었다는 것은 사실상 빈부격차가 줄지 않았고, 소득 양극화 상태가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24일 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2019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2만6000원으로 전년동분기 대비 1.3% 증가했고, 실질 기준으론 0.8% 늘었다.
그러나 올해 1/4분기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5만5000원으로 전년동분기 대비 2.5% 줄었다. 게다가 '경상소득'은 125만4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1.7% 감소, 근로소득 1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난한 사람의 주머니가 더욱 얇아진 셈이다.
지난해 4/4분기 실질처분 가능소득은 1년 전 대비 1분위는 20.9%,. 2분위 6.9%, 3분위는 1.3% 감소세를 보였다. 반면 4분위와 5분위는 각각 1.5%, 6.7% 증가해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47로 1년 전 4.61 대비 0.86 늘었다. 5분위 배율은 소득 하위 20% 대비 상위 20% 비율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소득주도성장론' 경제정책이 불러온 소득 대참사라는 지적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은 임금을 높이면 소비가 늘어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이론에 근거한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 지난해 7530원, 2019년 8350원으로 급격히 인상됐다. 올해는 2017년 대비 29.1% 인상된 수준이다. 이 경우 경제성장률은 0.54%포인트 하락하면서 향후 5년간 국내총생산 204조8000억원이 감소하게 된다.
지난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분배, 일자리 등 모든 면에서 현재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명백한 실패"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이 실패했다고 표면상 인정하지 않았지만 지난 23일 관계부처장관회의를 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최저임금은 우리 사회나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수준을 찾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다.
서양 격언 중엔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흔히 '노동자로 하여금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살아가게 하도록 하는 제도'라고 알려진 최저임금제에 기반한 소득주도성장론은 실패한 사회 실험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더 큰 경제 대참사를 피하려거든 소득주도성장론을 폐기하는 등 과감한 경제 정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