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플랫폼 사업자들이 앱 사업까지 진출해 일자리가 감소하고 앱 가격이 폭등하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들의 앱 사업 진출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새로운 기업이 생겨나 또 다른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는 반론도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실 주최로 지난 22일 열린 '올바른 플랫폼 생태계 조성' 토론회에서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다음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가 앱 사업을 직접 하지 않고 플랫폼 사업에만 전념하고, 앱 사업은 별개의 사업자가 독립적으로 할 때 경쟁이 촉진돼 일자리가 증대되고, 앱 가격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지난 22일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실 주최로 열린 '올바른 플랫폼 생태계 조성' 토론회에서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이 제시한 '끼워 파는 앱을 플랫폼과 별개로 개별 판매 시 주요 효과'/그래프=재단법인 파이터치연구원
라 원장은 "독점적 플랫폼에 끼워 파는 앱을 개별 판매하면 △총실질소비 4.4%(43조원) △총실질생산 3.9%(60조원) △총노동수요(일자리) 8.9%(180만개) △총투자 6.5%(26조원) 증가한다. 이 경우 앱을 끼워 파는 독점적 플랫폼 1기업의 상품 가격, 앱을 끼워 팔지 않는 독점적 플랫폼 2기업의 상품 가격, 앱 가격은 각각 20.5%, 10.8%, 56.8% 감소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과 포털사이트 다음 플랫폼을 기반으로 배달 앱, 카카오페이 등의 앱 사업에 진출한 상태이고, NHN 역시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모바일 메신저 '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간편결제(네이버페이)와 화장품 제조·판매 등의 앱 사업을 하고 있다.
라 원장은 "카카오 카풀은 '카카오톡'이라는 독점적 플랫폼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앱 사업으로 독점력이 플랫폼에서 앱 사업으로 전이될 수 있다"며 "공유경제라는 4차산업혁명의 물결 속에 택시업계가 카카오 카풀에 반발하는 것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만 취급하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플랫폼사의 독점력이 앱 사업으로 전이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 가격은 상승하는 반면 서비스 품질은 향상되지 않고, 장기적으로 국민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 사업에만 집중하고, 앱 사업에는 진출하지 못하도록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라 원장의 주장은 기업의 신수종 사업을 가로막는 것이며, 신기술을 들고 나오는 벤처기업·스타트업들이 일자리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외면하는 것이라는 강한 비판이 터져 나온다.
류재우 국민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우선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어느 분야에서 고용이 8.9% 감소했는지 등 통계에 대한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자본주의와 시장경제체제 하에선 무언가 창조되면 필연적으로 기득권의 파괴가 이어져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류 교수는 "일시적으로는 기존 사업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겠지만, 기업의 신사업을 통해 고용이 늘면 서비스가 발달하고, 소비자는 싼 값에 제공받아 결과적으론 전체 파이는 커진다"며 "무엇이든 인위적으로 막아서는 것은 혁신과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기업이 사업 영역을 넓혀가는 것은 소비자의 니즈를 채운다는 것을 뜻한다. "신기술이 나왔을 때 기존 사업자들과 충돌하는 건 불가피한 현상이다.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것을 막을 게 아니라 이종격투기처럼 다른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소비자를 찾아나서는 것이 시장경제체제 그 자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실장은 "신기술이 늘 플러스 요인만을 가져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미국만 보더라도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적극적으로, 또한 과감히 신기술을 도입해 고용창출과 경제호황을 가져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자유한국당 의원실에서 단순히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이 토론회를 개최한 것이라면 이해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발제 내용의 취지나 지향점이 평소 한국당의 주장과는 배치돼 다소 의아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