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산 45호분에서 나온 다양한 상형토기 [사진=두류문화연구원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아라가야 지배층 집단 묘지로 추정되는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에서 1600년 전 무렵 조성됐다고 추정되는 정교한 집모양토기와 배모양토기, 마구(馬具)가 대거 나왔다.
지난해 무덤 덮개돌에서 별자리를 표현한 구멍인 성혈(星穴)로 짐작되는 고대 자료가 공개됐던 말이산 고분군에서 또다시 의미 있는 유물들이 발견되면서, 가야 연맹체 중 하나인 아라가야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전망이다.
함안군과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두류문화연구원(이하 두문원)은 말이산 고분군 북쪽 정비되지 않은 구간의 45호분에서 제작 시점이 서기 400년 전후로 보이는 각종 상형토기와 말갑옷, 투구인 종장판주, 대도(大刀), 말을 부리는 데 사용하는 금동제 도구인 안장, 등자 등을 찾았다고 28일 밝혔다.
말이산 고분군 정상부에 있는 45호분은 봉분 지름이 20m에 이르고 높이는 1.8m인 대형 무덤으로, 함안군 가야읍 도항리 484-2번지 함안군청 인근이다.
무덤은 암반을 수직에 가깝게 굴착해 원형 기저부를 조성했으며, 묘광(墓壙·무덤 구덩이)은 길이 9.7m·잔존 너비 4m이고, 매장주체부는 길이 6.7m·너비 2.7m인 목곽묘(木槨墓·덧널무덤)로 드러났다.
두문원은 암반을 파내 봉분이 더 높게 보이도록 한 점이 성혈이 나온 13호분과 유사하다며, 45호분은 말이산 고분군 대형 고총(高塚) 고분에서 확인되는 축조 기법의 시원이라고 평가했다.
이 고분에서는 집모양토기, 배모양토기, 동물모양 뿔잔, 등잔모양 토기 등 상형토기들이 피장자 머리 위쪽에서 출토됐다.
가형토기(家形土器)라고도 불리는 집모양토기는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지난 1월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수습했다고 발표한 토기와는 달리 맞배지붕 고상식(高床式·마루를 높게 쌓은 형태)으로, 바닥에 기둥 9개를 세우고 그 위에 건물을 올린 모양이다.
두문원은 "집모양토기는 파손되지 않고 온전하게 나왔는데, 용도는 술주전자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전통건축 기본 양식인 삼량가(三樑架·도리 3개가 있는 지붕 구조)처럼 대들보·도리·서까래·지붕 마감재가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배모양토기는 통나무배에서 복잡한 구조선(構造船)으로 나아가는 단계인 유선형 준구조선으로, 배 앞쪽인 이물과 뒤쪽인 고물을 높게 올리고, 판재를 댄 모습이며, 옆에는 각각 노걸이 5개가 있다.
고물이 뚫려 있는 점으로 보아 잔으로 사용한 것 같고, 국내에서 나온 배모양토기 중 상당수가 아라가야계 토기인데, 이번에 발견한 토기는 모양이 매우 상징적이라는 평이다.
동물모양 뿔잔은 불꽃무늬 투창(透窓·굽에 뚫은 구멍)을 새긴 굽다리에 아래로 처진 꼬리를 붙이고, U자 형태 뿔잔을 올렸으며, 등잔모양 토기는 원형 받침대 5개가 중심부를 둘러싼 형태로 이뤄졌다.
"가야 집모양토기나 배모양토기는 도굴품이나 개인 소장품이 많다"는 두문원은 "이번에 찾은 상형토기는 출토지가 명확하고, 아라가야 사람들의 건축·조선기술을 알 수 있는 자료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장자 오른쪽에서 나온 말갑옷은 함안 가야읍 말산리 마갑총 출토 유물보다 시기가 앞서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정했다.
두문원 관계자는 "말이산 45호분은 목곽묘에서 석곽묘(石廓墓·돌덧널무덤)로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유적으로, 유물과 유구(遺構·건물의 자취)로 볼 때, 아라가야 고총 고분이 등장할 무렵에 축조한 듯하다"며 "피장자는 말이산 고분군 조영집단의 최상위 계층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