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송영택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작년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를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삼성바이오와 관련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했다는 증선위의 의결은 처음부터 논란을 낳았다.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에 대해 세 번이나 판단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합당하게 처리됐다는 삼성바이오 회계처리가 문재인 정권 들어와 금감원장이 참여연대 출신으로 바뀌면서 고의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 가치를 부풀렸다고 판단이 바뀌었다. 그래서 삼성바이오는 서울행정법원에 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의결과 행정처분에 대해 취소청구를 했고, 본안 소송에 들어가기 전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서 승소한 상태다.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은 수사를 본격 개시하면서 분식회계를 했다는 전제하에 증거를 인멸했다는 혐의로 삼성바이오 관련자들을 대거 구속했다. 나아가 검찰은 분식회계 증거인멸에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관계자들이 관여했다면서 부사장급 2명을 구속했다. 반면 같은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태한 삼성바이오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이에 검찰이 증거인멸 혐의를 빌미로 미리 짜놓은 각본대로 수사의 칼날을 삼성전자 사업지원 TF 사장과 이재용 부회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근거로 금융권으로부터 부당한 대출을 받았다며 ‘사기대출’ 혐의까지 수사하겠다고 한다. 나아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부풀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합병에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했다는 참여연대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의 각각의 의사결정 일을 살펴보면 참여연대의 주장과 검찰의 예단이 얼마나 틀렸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우선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지분법에 따른 관계회사로 회계기준을 변경한 것은 2015년 12월이며, 이는 2016년 4월 감사보고서에 반영됐다. 앞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합병비율을 산정한 것은 2015년 5월이기 때문에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분식회계를 통해서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높였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진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의 합병비율도 자본시장법에 따라 2015년 5월 25일을 기산일로 최근 1개월간 평균종가, 최근 1주일간 평균종가,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을 기준으로 합병가액 및 합병비율(제일모직 1: 삼성물산 0.35)을 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서울중앙지법 제16민사부가 2017년 10월 19일에 판결했다,
삼성바이오의 기업가치를 따지는 측면에서 봐도 그렇다. 미국의 우버는 연간 2조원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기업가치는 80조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쿠팡 역시 아직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10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한다. 아마존 역시 창업하고 12년동안 적자를 냈지만 주가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삼성바이오가 2015년에 영업이익을 내지는 못했지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4조8000억원으로 평가받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시 지분가치인 1조8200억원 등을 제외하고 2조642억원의 영업외수익을 회계에 반영했을 뿐이다.
이렇듯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를 분식회계로 단정 지을 근거가 부족한 검찰은 증거인멸 혐의로 이재용 부회장을 수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개탄스러운 점은 검찰이 삼성바이오 수사과정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노골적으로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삼성바이오 서버를 가져가면서 마치 과거에 사용하다가 몰래 숨겨둔 서버를 찾았다거나, 은닉한 노트북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분식회계 등을 지시한 정황으로 파악할 수 있는 삭제된 파일을 살려냈다는 등의 내용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여론재판을 통해서 파렴치한 범죄인으로 낙인 찍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미리 써놓은 시나리오대로 수사를 진행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대한민국 1등 기업인 삼성그룹에 대해 사실과 증거 위주의 수사를 해야 한다. 그래야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미디어펜=송영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