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일단 장외투쟁을 접은 자유한국당이 ‘정책투쟁’으로 기조를 전환하는 모습이다. 먹고사는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내년 총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정책투쟁을 벌이더라도 장외에서 벌이는 게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교안 대표는 연이틀 정책투쟁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다. 전날 ‘2020 경제대전환 프로젝트’를 위해 이달 말까지 당 대표 직속 위원회를 출범한다는 계획을 공개한 데 이어,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는 “좋은 정책을 만들어 실천함으로써 국민의 삶의 짐을 덜어드리는 게 총선 승리의 가장 좋은 길”이라며 “필요한 (당내) 기구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당 정책위원회도 이날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무분별한 신도시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 현장 토론회를 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한국당 위원들이 대거 참석한 토론회에서는 3기 신도시 계획에 따른 부작용을 규탄하는 등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한국당은 이미 지난 18일간의 ‘민생투쟁 대장정’에서 청취한 170개의 건의사항을 상임위원회별로 배분해 정책에 반영하는 후속 조치에도 착수한 상태다. 건의사항 중에는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 △유치원교사 처우개선 △다문화학생 따돌림 문제 해결 △특수학교 운영 시간 및 시설 확충 △고성지역 산불피해 관련 보상 △4대강 보 지역 농업용수 확보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한국당은 국회 정상화 조건에는 변화를 두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과 여당이 우리 당으로 하여금 국회에 들어갈 수 없게 만들지 않았나”라며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제거하기만 하면 바로 국회에 들어가겠다. 잘못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면 언제든 국회를 정상화하고 국민들께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전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주재 상임위원장·간사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자유한국당
당 안팎에서는 한국당이 정책투쟁으로 태세를 전환하는 것에 ‘영리하다’는 평가를 보낸다.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진보는 경제에 무능하다’는 전통적인 프레임을 살릴 적기라는 논리다. 야권 관계자는 “지금은 한국당이 ‘평타’만 해도 대안정당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이 총선 승리에 목적을 둔 만큼 정책투쟁의 무대도 장외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바른미래당 호남계,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을 합치면 범여권이 과반 의석 이상을 지배해 입법투쟁 자체가 안 된다”며 “어폐는 있지만, 여론몰이 방식으로 정책투쟁을 하는 게 국회 내에서의 투쟁보다는 훨씬 더 주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입법이라는 것은 좁은 아젠다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라며 “정책투쟁 기조를 밀고 가다가 구체적인 입법투쟁은 9월 정기국회에서 벌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