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강연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대한상공회의소
[미디어펜=박규빈 기자]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상생과 개성공단이 중소기업의 미래라고 한 발언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박 장관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 간담회에서 "정부는 (지난 17일)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인들의 방북을 허가했으며, 다음달 13일엔 미국 연방하원에서 개성공단 설명회가 열린다"며 "개성공단이 어떻게 운영됐고, 미국 경제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소기업은 '9988'이라는 숫자로 대표된다. 전체 기업의 99%가 중기이고, 전체 근로자 88%가 중기 소속으로, 9988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산업화 시기를 거쳐 지금까지 1%에 불과한 대기업 중심의 성장 정책으로 대한민국이 걸어왔다"며 "대-중소기업이 공존하는 자발적 상생, '자상한 기업'들이 많아져야 하고, '상생과 발전'이라는 철학으로 기술탈취·수탁거래불공정 등을 전담하는 상생협력위원회를 꾸려 이번 주 금요일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과 함께 MOU를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소기업들 중 억울한 일이 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면서 "공정거래위원회·검찰·경찰에 고발하기가 부담스러운 기업을 대상으로 중재하고, 사안에 따라 어디로 사건을 배당할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전통적 제조업이라 할 수 있는 포스코와 벤처투자협회를 연결해 (포스코로 하여금) 1조원을 투자하게 했다. 더 많은 자상한 기업들이 나오도록 다음번에도 포스코를 섭외할 것"이라며 "다른 기업들도 자상한 기업의 정신을 함양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임종화 경기대학교 무역학과 교수/사진=박규빈 미디어펜 산업부 기자
이에 대해 김승욱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원청-하청관계에 있으면 자상한 게 아니라 착취관계인가"라며 "목에 칼을 들이대며 계약한 건 아니잖느냐"라고 반론을 폈다.
특히 "원청회사가 하청회사의 물건을 사주고 납품 대금을 치르는 것은 자발적인 행동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호간 유익하니까 계약을 맺은 것"이라면서 "박 장관은 기술을 같이 개발해서 과실을 나누는 '이익공유제' 따위의 것을 말하는 것 같은데, 지금까지 모든 기업들이 다 그래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하청업체들의 수준 하향화를 바라는 원청은 없다"며 "하청기업들의 기술이 모자라면 원청업체인 대기업들이 지원을 해줬고, 대기업이 해외로 진출한다면 손해는 안 볼테니 다들 따라 나선 것"이라고 부연했다.
임종화 경기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북한 산업에서 소화 가능한 것을 생산으로 투영한 것이 개성공단으로, 현재 운동화나 피복 등 2차 산업인 가내수공업 수준에 머물러 있어 첨단산업에 필요한 물품을 생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현 정부는 개성공단이 중소벤처기업을 소화해낼 수 있는 산업을 가진 공간이라고 착각하도록 여론을 조성하고 있는데, 이는 벤처기업이 가져야 할 리스크 투자에서 벗어난 관치경제 그 자체"라면서 "박 장관은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6월에 개성공단기업협회가 미국 연방하원에 방문해 설명회를 연다고 했지만 종목에 관계없이 하원이 개성공단 사업을 승인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리스크가 큰 대북 사업을 승인할 리도 없지만 했다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의원이든 누구든 책임자의 이름이 나왔어야 했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