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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고려 희종릉 주변 고분서 철제 향로·동물 석상 발견

2019-06-03 09:34 | 윤광원 취재본부장 | gwyoun1713@naver.com

석릉 주변 무덤에서 나온 도기호와 철제 향로 다리 [사진=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제공]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고려 제21대 임금 희종(재위 1204∼1211)의 무덤인 강화도 석릉(碩陵, 사적 제369호) 동쪽 무덤에서 철제 향로와 동물 석상이 발견됐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이하 연구소)는 지난 3월 재개한 발굴조사를 통해 동물 모양 철제 향로 다리와 도기 항아리, 돌을 양과 호랑이 형태로 조각한 석양(石羊)과 석호(石虎), 피장자를 수호하라는 의미에서 문신이나 무신을 형상화한 석인상(石人像)을 출토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강화도 남부 진강산 동쪽 능선에 있는 석릉 동쪽 고분 9기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축조 양식별로는 할석조(割石造·깬돌로 만듦) 석곽묘(石槨墓·돌덧널무덤)가 4기로 가장 많고, 판석조(板石造·널돌로 만듦) 석곽묘와 토광묘(土壙墓·널무덤)는 각각 2기와 3기다.

석양과 석호가 나온 40호 할석조 석곽묘는 매장주체부가 길이 4m, 너비 2.5m로 큰 편이다.

이보람 연구소 학예연구사는 "능선 상부에 있는 40호 무덤은 3개 단을 이루고, 봉분 뒤쪽에는 낮은 담인 곡장을 설치해 격식이 높다"며 "도굴을 극심하게 당한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철제 향로와 도기 항아리는 52호 판석조 석곽묘 매장주체부 바깥에서 나왔고, 54호 할석조 석곽묘에선 거꾸로 묻은 도기가 출토됐다.

이보람 연구사는 철제 향로와 도기에 대해 "땅의 기운을 진압하고 안전을 빌기 위해 봉안하는 물품인 지진구(地鎭具)로 보인다"며 "무덤을 쌓을 때 제의 용도로도 사용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무덤 118기가 있다는 석릉 주변 고분군을 조사해 무덤 6기의 축조 방법을 확인하고, 도기병과 작은 유병(油甁)을 비롯해 지도원보(至道元寶), 회령원보(熙寧元寶) 같은 중국 북송대 동전을 수습했다.

희종은 아버지 신종(재위 1197∼1204) 시절부터 국정을 좌우한 권신 최충헌을 제거하려다 실패하면서 폐위됐고, 사후에는 유배지인 강화도에 묻혔는데, 고려는 희종이 세상을 떠나기 5년 전인 1232년에 몽골 침략을 피해 강화로 수도를 옮겼다.

이 연구사는 "석릉보다 앞선 시기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들이 있어, 진강산 일대가 고려시대에 무덤을 집중적으로 조성한 공동묘지였던 것 같다"며 "석릉이 일부 무덤을 훼손하면서 축조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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