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정부가 생산인구 감소·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대책으로 '65세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현재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논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인구정책 태스크포스를 꾸리면서 정년 연장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해왔고 이달말 1차 논의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노인인구가 늘어 복지 부담·재정 압박이 커졌다는 점에서 고령근로자의 정년연장에 인센티브를 주려는 정부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기업 활성화·투자촉진·노동시장 개방 등 시장경제 원칙을 먼저 지켜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년 연장으로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사람이 연간 80만명, 진입하는 사람이 40만명임을 고려하면 그러한 역효과는 완화될 것"이라며 "청년층에 영향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자료사진=기획재정부
문제의 핵심은 지난 2년간 문재인정부가 최저임금 급등과 주 52시간 근로제를 강행하면서 65세 정년 연장까지 현실화할 경우, 기업의 금전적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는 점이다.
기존 근로자들의 정년이 연장되면 그에 따른 풍선효과로 청년 일자리 절벽이 더 심각해지고 이에 따라 세대간 취업전쟁과 갈등이 장기적으로 증폭되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지난 2013년 4월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60세 정년이 법제화된 것이 불과 6년 전이다. 인구구조 변화가 빠르다고 하더라도 전문가들과 재계로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우리나라 노동법 체계는 고용유연성을 일절 허락하지 않고 근로자를 과보호하고 있다.
정리해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기업들이 고용을 주저하고 있는데, 정년까지 연장될 경우 제조업과 금융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자수(124만5000명)·실업률(4.4%)·청년실업률(11.5%) 모두 19년 만에 최악(전년 동월 대비)을 기록하는 등 역대급 고용참사가 확인됐다.
일자리의 질은 악화일로다. 주당 1~17시간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178만1000명)는 전년보다 26% 급증했고, 주 36시간 이상 근무하는 정규 일자리는 1년 전보다 62만4000명 감소했다.
그나마 일자리가 늘어난 60세 이상 취업자(33만5000명) 대부분은 단기일자리다. 정부는 올해 1분기에만 54만개의 노인 일자리를 공급했는데, 모두 근로기간 1년 미만에 월급 40만~5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정년 연장 추진은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의 선후 관계를 역행하는 무리수다. 국민 세금으로 떠받들여지는 단기일자리가 아니라 기업들의 자발적인 투자로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년 연장이 아니라 기업들이 반길만한 규제 혁파와 노동법 개정이 필수다.
노인들에게는 취업을 위한 재교육과 직업훈련이 우선이다. 단기 공공일자리 등 기존의 고령자 고용 확대 방안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