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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카레오' 유시민·홍준표, 영혼 없는 3시간 '불꽃공방'

2019-06-04 10:02 | 장윤진 기자 | koreawja@gmail.com
[미디어펜=장윤진 기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3일 '홍카레오(홍카콜라+알릴레오)' 유튜브 방송에서 경제·사회·안보 등 의 10가지 주제로 150분 동안 열띤 토론전을 벌였다.

이번 토론배틀은 당초 100여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가 격론을 벌이며 1시간 더 길어졌다. 

이날 방송에선 보수와 진보부터 한반도 안보, 리더십, 패스트트랙, 정치, 민생경제, 양극화, 갈등과 분열, 뉴스메이커, 노동개혁 등이 토론주제로 다뤄졌다.  

유시민의 알릴레오와 TV홍카콜라 유튜브 채널 메인화면/사진=각 유튜브 캡처


이중 패스트트랙 대치정국으로 인한 한국당의 국회 가출에 관한 '야권의 리더십'은 토론 도중 유 이사장이 던진 맹점이었다. 

유 이사장은 "여야, 보수, 좌우, 진보가 균형을 이뤄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는데, 지금 야권의 리더십이 이렇게 가도 되나"라며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이 몇십년 전에 본 흔히 보이던 스타일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홍 전 대표는 '야권에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라는 유 이사장의 이어진 질문에 일단 "그것은 말하기 곤란하다"고 즉답을 피했다.  

'몸을 사린다'는 유 이사장의 지적에도 "(황교안 대표는) 몸을 사릴 상대가 아니다. 후임 당 대표를 두고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은 몸을 사리는 게 아니다"라며 "나는 좌파와 경쟁을 하거나 민주당과 붙을 때는 몸을 사린 적이 없지만, 우리끼리 얘기는 안 한다"고 피해갔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한국 보수 우파 진영이 궤멸 상태까지 오게 된 배경은 탄핵"이라며 "지금도 보수 우파는 탄핵을 두고 서로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힘을 합해도 문재인 정권에 대항할 여력이 안 생기는데, 서로 물어뜯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제 탄핵 때 어떻게 했다고 논쟁하지 말고 잊어버려야 한다"며 "대한민국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느냐고 문재인 정부에 따지고, 잘하는 건 협조해야 한다. 이렇게 안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또한 두 사람의 주장은 대부분의 주제에서 평행선을 달렸다.  

홍 전 대표는 "좌파와 우파가 증오의 목소리로 서로 비난하는 것을 보면서 해방 직후의 혼란상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시민문화제를 할 때 태극기 집회하는 분들이 5m 떨어진 곳에서 사자후를 토하더라"라며 "각자 자기주장하고 서로 훼방 놓지 않는 데까지 오는 데 70년이 걸렸다"고 평가했다.  

유 이사장과 홍 전 대표는 이날 '보수와 진보'를 주제로도 신경전을 벌였다. 

홍 전 대표는 "보수의 기본 가치는 자유이고, 진보의 기본 가치는 평등"이라며 "그것을 서로 조화시키고 양립하도록 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방법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에 유 이사장은 "보수 쪽에서 자기들이 집권할 때 개인의 자유를 제약했던 잘못된 부분에 대해 시원하게 인정하고 지금 확실하게 자유의 가치를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홍 전 대표는 이에 "나는 지금까지 대학 시절 유인물 써주다 중앙정보부 끌려갔다는 얘기를 공개 석상에서 안 한다"며 "그것을 훈장처럼 달고 평생 그 훈장 갖고 우려먹으려는 것은 잘못됐다"고 받아쳤다.

한반도 비핵화 해법은 이날 토론에서 가장 첨예한 쟁점 중 하나였다.  

유 이사장은 "체제 안전이 다른 방법으로 보장된다면 북한이 굳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지금북한 권력층을 완전 비이성적이고 괴물 같은 집단으로 보면 해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 전 대표는 "이런 체제가 보장의 가치가 있는 체제인가"라며 "핵을 포기하는 순간 김정은 체제는 바로 무너진다"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회를 맡은 변상욱 국민대 초빙교수가 두 사람에게 '고독한 늑대'라고 별명을 붙인 것에 대해 유 이사장은 "제가 무리에 잘 못 낀다"며 동의했지만, 홍 전 대표는 "늑대는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저는 나 홀로 투쟁하며 살았다"고 동의하지 않았다.

유 이사장은 '여권 잠룡'에 대해 "현재 (대권 도전의) 의사를 가진 분들이 한 10여명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라며 "다 괜찮은 사람이라고 본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홍 전 대표는 "저는 패전투수가 돼서 불펜에 들어와 있다"면서도 "주전 투수가 잘하면 불펜 투수가 등장할 일이 없지만, 못 하면 불펜에서 또 투수를 찾아야 한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편 이번 토론은 공전 중인 국회 상황과 대비되는 '타협의 이미지'를 연출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현재 국내 정치 현안에 대한 해결책 제시가 부족했다며 영혼 없는 3시간 '불꽃공방'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정치권은 각자 고함만 칠 뿐 실제 토론은 없는데, 두 사람은 토론에 나서면서 '현실 정치인보다 낫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며 "두 사람은 정치적 영향력은 행사하되 책임질 일은 없기 때문에 매우 영리한 기획"이라고 평가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토론 배틀 진행을 맡았던 변상욱 YTN 앵커도 "사회자로서는 어떻게 보면 편하게 진행은 되지만 재미는 조금 덜했다"며 "그들이 솔직하지 않아 논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후기를 전했다.

반면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 하니까 두 사람이 ‘홍카레오’라는 말까지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며 "(원외 인사인)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눈다고 국회 정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언급했다.

유 이사장은 토론 후 기자들과 만나 "재밌는 대화였다"고 말했고, 홍 전 대표도 "국정 전반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했다. 의견이 합치된 부분도 있었고 상치된 부분도 있었다"고 방송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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