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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 포퓰리즘, 한전 숨통 조이나

2019-06-06 12:34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한전 나주 본사/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의 올해 적자가 2조4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기료를 둘러싼 포퓰리즘이 이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 세 가지를 공개했다.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7~8월에 누진제 구간을 확대하는 1안은 지난해 실시됐던 한시적 할인 방식을 상시화하는 것으로, 총 1629만가구가 이 기간 동안 15.8%의 할인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2·3단계 가구의 월 사용량 상한을 각각 100kWh, 50kWh 높이는 것으로, 300kWh의 전력을 사용하는 경우 전기료가 월 4만4390원에서 3만2850원, 450kWh 사용시 8만8190원에서 6만5680원으로 하락한다.

2안은 7~8월에만 3단계 구간을 없애 누진제를 2단계로 축소하는 방식이다. 가구당 평균 할인폭이 가장 크며, 총 609만가구의 전기료가 1만7864원 감소된다는 점에서 '전기료 폭탄'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누진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3안이 채택되면 전기 사용량과 무관하게 단일요금이 적용된다. 할인폭이 9951원으로 이번에 공개된 대안 중 가장 낮지만, 누진제 논란을 일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의 경우 누진제가 없거나 격차가 최대 1.5배 수준에 그치는 반면, 국내는 3배에 달한다.

전기료 누진제 개편안 주요 내용 및 특징(1·2안)/사진=산업통상자원부



그러나 요금 인상에 따른 여론 악화가 불거질 수 있어 정부가 이 안을 고를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지난해 8월 누진제 폐지시 1단계 800만가구와 2단계 600만가구 등 총 1400만 가구의 전기료가 오를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업계는 정부가 어떤 방식을 선택하더라도 한전이 1900~3000억원에 달하는 부담을 짊어져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여름 산업부가 정책 시행에 따른 정부 지원을 강조했음에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한전이 3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감내했기 때문이다.

한전이 난관 돌파를 위해 제안한 필수사용량보장공제 폐지도 무산됐다. 이 제도는 1단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최대 4000원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으로, 폐지시 누진제 완화에 따른 한전의 손실 만회에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권기보 한전 영업본부장은 "한전은 공기업인 동시에 뉴욕증시에도 상장된 회사"라면서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기료 할인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한전의 올 1분기 영업손실은 62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23억원 늘어나면서 소액주주들이 시위에 들어가기도 했다. 지난해 한전의 순손실로 배당을 받지 못했는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번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때이른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등 올 여름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누진제가 완화된다면 한전의 수익성 악화는 자명하다"며 "시장논리에 맞는 전기료를 책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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