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중소기업·협·단체 대표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노동인력위원회를 열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중소기업중앙회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일 제1차 노동인력위원회를 열고 최저임금·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자 "뒤늦게 후회하면 뭐하느냐"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9일 중기중앙회 등에 따르면 노동인력위원들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도 최저임금 심의와 주52시간 도입 등 심화되는 노동 리스크에 대한 대책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으나 뾰족한 묘수를 찾지 못하는 실정에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문식 노동인력위 공동위원장(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작금의 최저임금 수준은 영세기업이 도저히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내년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심의에는 반드시 기업의 지불능력이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보원 공동위원장(한국금속열처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6개월 가량 앞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탓에 필요 인력을 제때 활용하지 못하게 돼 납기준수를 하지 못하게 될 경우 중소기업에겐 회복불능의 치명타가 될 수 있다"며 "중소기업들에겐 비상사태가 선언된 것과 다름 없어 근로시간 단축의 도입 시기 조절과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계는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7년 5월 초, 문재인표 중기 정책안에 대해 환영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당시 △송재희 전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맹성국 중소기업중앙회 전 부회장 △신오식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상임부회장 △주대철 한국정보통신협동조합 이사장 △차경애 한국여성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지윤정 여성벤처협회 전 부회장 △김명술 벤처기업협회 지회장 △한종관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원장 △박창숙 소상공인연합회 전 부회장 △강창범 개성공단대책위원회 간사 △김영욱 소셜마케팅협동조합 이사장 등 중소·벤처기업계의 주요 인물들이 문재인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에 참여하기도 했다.
중소·벤처기업계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신설·연대보증제 폐지·중소벤처기업 고용문제 해결·중소기업 경쟁력 향상·중소기업 자금난 해소 등을 내걸었기 때문에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
그러나 2017년 8월,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이 직전 년도 대비 16.4%나 폭등하자 문재인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돌연 지지를 취소했다. 같은해 8월 1일, 전국 지역 소상공인 대표단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때만 우리를 이용한 것 같아 지지한 것을 후회한다"며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인드가 다른 것 아니냐"고 탄식했다.
서울의 한 지역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 폭을 앞으로 3년 간 유지해 1만원을 달성하겠다면 당연히 지지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의견은 현재 다른 지역지부 회장들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고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최저임금의 엑셀러레이터를 더욱 가속화 해 최저임금을 2년 새 29.1% 올렸고, 주 52시간 근무제도 병행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중소기업계는 인건비 부담과 인력난을 동시에 겪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김용민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사진=미디어펜
김용민 국민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중소기업 사장들이 발등에 불 떨어졌으니 급히 노동인력위원회를 꾸린 모양인데, 지금 죽겠다고 난리쳐봐야 만시지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2년 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내용을 다 알고 뽑아준 것 아니냐"며 "중소기업 대표들은 현 정부에 추진력을 실어준 만큼 지금보다 최저임금이 10% 이상 인상되고, 52시간도 그대로 시행돼도 군말 없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