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유부문 수익성의 바로미터인 정제마진이 3주 연속 손익분기점을 크게 밑돌면서 정유업계 2분기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싱가폴 복합정제마진은 5월 셋째 주부터 3주 연속 배럴당 2.8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이하로, 손익분기점(BEP) 보다 1.2달러 가량 낮은 수치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를 비롯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및 수송·운영비 등을 뺀 것으로, 국내 정유사의 경우 싱가폴 정제마진이 배럴당 4달러 이상을 기록해야 정유부문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올 1분기에도 정제마진이 BEP를 밑돌았지만, '래깅효과' 덕분에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래깅효과는 원재료 투입 시차효과를 의미하는 것으로, 산유국 현지에서 원유를 구매한 시점과 제품을 판매하는 순간의 차이에 따라 재고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싱가폴 복합정제마진이 3주 연속 2달러대에 머물고 있다./사진=한국석유공사
가령 배럴당 50달러에 원유를 구입해 국내로 들여오는 동안 75달러로 높아졌다면 25달러 만큼 이득을 얻은 것으로 집계된다. 1분기의 경우 국제유가가 지난해 말 급락했다가 반등한 덕을 본 셈이다.
그러나 2분기에는 이같은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수급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 및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석유제품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원유 공급과잉이 발생한 탓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내년 1월1일부터 적용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가 난관을 뚫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유황유 등 고부가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반기 정제마진이 좋지 않으나, 연간 기준으로는 상저하고를 나타낼 것"이라며 "연말에는 디젤을 중심으로 경질유 수요가 증가, 10~11월 이후 정제마진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서석원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은 "OPEC+의 감산 조치가 2년 가량 이어진 것과 공식 판매가격인 OSP가 많이 올라온 것이 정제마진 감소로 이어졌다"면서 "6월 OPEC+ 회동 이후의 상황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10개 비회원 산유국으로 구성됐다.
한편 IMO 2020은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 이하에서 0.5% 이하로 낮추는 규제로,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은 시장 확대를 노리고 관련 설비 구축을 지속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오는 2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컴플렉스(ODC) 프로젝트 1단계 준공식을 개최하며, SK에너지는 감압 잔사유 탈황설비(VDRS)를 짓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해 솔벤트 디 아스팔딩(SDA) 공정을 완료한 바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