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어디까지인가? 기업이 무조건 늘려야 하는 사회적 책임인가? 아니면 기업의 사회공헌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가?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12일 서울 여의도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CSR포럼 제 1차 토론회'를 개최했다.현진권원장은 "한국에서 CSR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불리우고 인식되면서 무조건적 양적확대가 선인 것으로 인식돼 왔다"고 지적했다. 현원장은 이어 "그러다보니 CSR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증가하고 이에 편승해 자신들의 잇속을 챙기는 조직들도 많이 생겨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CSR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기업의 책임이 아닌 ‘기업의 사회공헌’으로 올바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경제원의 이번 포럼은 지속가능하면서 효과적인 CSR의 수준과 방법, 기업의 자발성을 높이는 방향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CSR과 한국에의 시사점'이란 주제발표문을 게재한다. [편집자주]
▲ 자유경제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CSR-한국에의 시사점>이란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왼쪽)가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이후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에 대한 국내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CSR에 대한 인식 및 그 영향이 널리 확산되고 이에 따라 학문적 연구의 필요성이 증대된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CSR은 태생적으로 개념이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연구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주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학문분야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한국연구재단에 등재된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논문을 학술지의 학문을 분류하여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CSR을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국내 선행연구는 여타의 학문분야의 연구와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진다.
아마도 CSR의 광범위한 해석이 오히려 경제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원인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CSR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하게 존재한다고 하면 우리 사회의 맥락에서 CSR을 경제학적 시각으로 분석한 연구에 대한 수요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CSR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번역으로 인해 이 개념이 등장한 초기에는 고전적인 경제학의 연구영역에서 소외된 감이 있었지만 1990년대 들어서 미국에서는 이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관심이 높아져 매우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사회후생의 관점에서 CSR이 더욱 효율적일 수 있음을 분석한 연구와 전략적 CSR을 게임이론으로 분석한 연구들의 경우 경제학적 분석이 가진 학문적 공헌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12일 <경제학적 관점에서 본 기업의 사회적책임(CSR)과 한국에의 시사점>이란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CSR은 분명 지역적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유의 특성에 맞는 경제적 분석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학문분야와 비교하여 경제적 분석의 장점은 사회후생의 관점에서 기업의 CSR을 평가할 수 있고, 전략적 CSR에 대한 이론적 분석의 틀을 제공할 수 있으며, 실증분석을 통해 이론의 예측을 검증할 수 있다는 데 있으므로 우리의 상황에 적합한 CSR의 경제학적 분석이 풍부하게 이루어진다면 이를 통해 CSR에 대해서 보다 생산성 있는 논의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이에 기초한 정책적 함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 관점에서 CSR 정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우리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경제학 고유의 관점에서 기업이 사회에 져야하는 유일한 책임은 이윤극대화이다(Friedman 1970). 이윤극대화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주어진 자원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되어 이상적인 상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산과정에서 공공재라든가 외부성 등이 발생하여 시장의 실패가 나타나게 되면 이를 보정해야하는 책임은 정부에 있다는 것이 경제학의 고전적 시각이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는 CSR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매우 어색한 표현으로 들린다. 그러나 경영학과 사회학에서는 오래전부터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즉, 기업의 이윤창출을 위한 기업 활동의 결과 나타나는 사회적 이슈들, 예를 들어 환경오염이라든가 아동 노동의 문제들을 기업이 법적 규제와 상관없이 자발적으로 또한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의 이윤극대화 관점에서 등량곡선의 볼록성 가정이 성립하는 한 주어진 등비용곡선과 접하도록 생산요소를 고용하고 투입하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언제나 제약식의 등식이 성립하도록 생산자원을 투입하여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달성된다.
그러므로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법적 규제를 넘어 자발적으로 비용을 더 투입한다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법적인 규제가 사회후생의 관점에서 이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는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이고 정부와 같은 합법적 규제기관이 이를 잘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고전 경제학의 CSR에 대한 인식이었다.
CSR에 대한 현대 경제학의 재해석 및 정의
기존 경제학에서도 공공재와 외부성은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어 왔다. 경영학과 사회학에서 오랫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헌과 연구들이 발표됨에 따라 경제학자들도 CSR의 정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이에 대해 경제적 접근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1990년대 들어서 이전의 CSR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 CSR의 실제를 인정하고 과연 CSR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것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기업의 이윤극대화를 넘어선 사회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CSR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이를 경제학적 개념을 이용하여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CSR을 인정하지 않았던 이전의 경제학에서도 공공재와 외부성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경영학과 사회학적 시각이 발생한 연유는 기업이 생산과정에서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외부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환경오염을 감축하기 위해 노력하면 지역사회 주민들에게 깨끗한 환경이라는 공공재를 공급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경제학에서는 CSR을 기업의 공공재 생산으로 바라보고 이에 대하여 분석한다. 즉, 현대 경제학에서는 CSR을 기업의 자발적인 공공재 생산 및 공급으로 정의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 본질적으로 무임승차의 문제가 존재하는 공공재의 생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오래 전부터 분석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많은 기업이 CSR을 하고 있다고 표방하며 언론을 이용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면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에서 CSR을, 즉 공공재 공급을 이윤극대화를 위한 하나의 전략적 수단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기업이 CSR을 수행할 경제적인 유인이 무엇이고 그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연구할 필요성이 발생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먼저 여타의 다른 학문에서는 다루지 않는 사회후생 극대화의 관점에서 CSR이 바람직할 수 있는 상황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CSR의 경제적 정당성
CSR에 대한 경제학의 새로운 시각은 기업이 사적재(private goods)를 생산할 때 부수적으로 공공재(public goods)를 함께 생산한다고 간주한다. 본 글에서는 공공재의 생산과 해로운 외부성의 감소를 같은 개념으로 인식하여 별도로 구별하지 않고 모두 공공재의 생산으로 이해한다.
이 때 생산되는 공공재는 사적재의 생산기술과 연계된다. 즉,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생산기술이라든가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 증진을 위한 생산 환경의 조성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에너지절감 효과를 주는 전구의 생산이라든가 배기가스의 양을 최소화한 자동차 등은 사적재이자 동시에 공공재 공급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렇게 공급되는 공공재를 비순수 공공재(impure public goods)라고 부른다.
Besley and Ghatak (2007)은 기업의 사적재를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공재를 고려하여 사적재 소비를 결정하는 집단(A)과 이를 개의치 않는 집단(B)으로 구별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CSR이 공공재 공급에 있어서 정부에 의한 공공재 공급보다 더 효율적인 방식이 될 수도 있음을 보였다. 이를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소비자들의 공공재에 대한 선호에 차이가 있다면 어떤 기업들은 공공재에 대한 선호가 있는 소비자 집단에게 CSR을 수행하고 그에 해당하는 비용만큼 사적재에 대해 높은 가격을 부과하고, 다른 기업들은 공공재에 대한 선호가 없는 소비자 집단에게 사적재 생산의 한계비용만큼만 가격을 부과하는 시장의 균형이 달성된다.
공공재(CSR) 소비를 선호하는 개인은 공공재 생산에 기여하는 다른 소비자들의 재원공급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고 효용극대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이때의 시장균형은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이 되는데 이때 생산되는 공공재의 양을 차선(Second Best)의 시장균형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시장에서 생산되는 공공재는 전형적인 공공재의 사적 공급에 해당하는데 이때의 공공재 생산량은 사회후생을 극대화하는 생산량 수준보다 적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체 소비자들의 공공재에 대한 선호를 모두 알고 있는 완벽한 정부라면 공공재를 선호하는 모든 소비자들의 한계편익이 한계비용과 일치하는 최선(First Best)의 공공재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보통 정부는 공공재를 선호하는 소비자 집단 A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 집단 B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다수 집단의 선호를 대표하게 된다.
만일 B가 과반수를 넘으면 정부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므로 위에서 설명한 시장균형이 달성될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시장에 있는 모든 기업에게 CSR을 강요하는 규제가 제정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생산비용의 증가로 인하여 사적재화의 가격이 이전보다 오르게 된다. 이럴 경우 공공재에 대한 선호가 전혀 없는 소비자들은 정부의 규제가 없었을 경우와 비교하여 인상된 가격을 지불하거나 혹은 가격 인상의 정도가 본인의 최대지불 의사 가격(유보가격)을 초과하는 경우 소비를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공공재 선호가 없는 소비자들로부터 공공재 선호가 있는 소비자들로의 소득이전과 소비에서의 왜곡 현상을 초래한다. 결국 공공재에 대하여 전체 소비자들의 선호에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에는 정부의 일괄적인 규제로부터 이득을 보는 소비자들과 손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의 전체 사회후생의 크기는 두 집단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정부의 규제가 없는 경우와 비교하여 더 적게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정부가 공공재의 최적생산수준을 달성할 수 없을 때 어떤 경우에는 정부의 규제 없이 시장에서 기업이 CSR의 방식으로 자발적으로 소비자의 선호를 반영하여 공공재의 생산량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후생 극대화의 관점에서 더 좋은 결정이 될 수 있다.
CSR이 발생하는 이유 (2×2 접근)
기업의 공공재 공급이라는 해석과 양립하는 또 다른 해석은 CSR을 기업, 사회운동가, 정부, 소비자 및 투자자 등의 서로 다른 선호를 가진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전략적 행동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CSR이 왜 발생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즉, 기업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자발적으로 사회적이라고 간주되는 행동을 하게 되는 유인을 발견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는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하나는 CSR이 종국에는 기업의 비용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CSR이 단순히 기업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는 하나의 매개변수의 역할만 한다는 인식이다.
첫 번째 시각은 Porter (1991)의 이론을 차용하여 환경에 대한 규제가 단기에는 생산비용을 증가시켜서 기업의 경쟁력을 하락시키지만 이를 타개하기 위한 생산기술의 발달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더 좋은 환경이라는 공공재를 생산하게 된다는 해석에 바탕을 둔다. 즉,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이 필요한 시장 환경(dynamic inefficient market)에 처해 있으며 CSR은 기술혁신을 위한 기업의 자발적 투자로 인식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두 번째 시각을 갖고 있다. 즉, CSR이 생산함수에서 비용을 유발하는 하나의 투입요소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이 비용만 발생시키는 CSR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Friedman (1970)은 경제학의 고전적 관점에서 CSR은 주주들에 대한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하였다. 경영윤리학 관련 선행연구에서도 CSR에 대한 경영자들의 관심이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CSR은 기업의 최적 전략의 일부일 수 있다.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선호 여부에 따라 이에 대한 네 가지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들을 차례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만일 기업의 주주들이 기업의 사회적 혹은 환경적인 성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기꺼이 이익을 포기하거나 혹은 손해를 일부 감수하고라도 개인적으로 기부하는 대신 기업의 CSR을 선호할 수 있다.
둘째, 주주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들도 사회·환경·윤리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있다고 하면 이들의 선호가 결국 기업제품의 수요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기업은 이에 반응하는 수단으로 CSR을 활용하게 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첫 번째 경우에서처럼 사회적 선호를 갖고 있는 주주들이 마찬가지로 사회적 선호를 갖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반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CSR을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셋째, 주주들은 사회적 선호가 전혀 없지만 사회적인 선호를 갖고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압력에 반응하는 경우이다. 즉,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규제 혹은 사회운동가들의 반기업적 행동에 대한 예방책으로 CSR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의 CSR을 전략적 CSR이라고 부른다. 오직 이윤극대화에만 관심이 있는 주주들이지만 기업 외부의 환경에 전략적으로 반응하여 CSR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넷째, 마지막으로 주주와 이혜관계자 모두 사회적 선호가 없는 경우라면 CSR이 전혀 관찰되지 않을 것이다.
경쟁의 압박이 존재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이윤동기가 없는 CSR을 수행하는 기업이 사회적 선호가 없는 기업에 비하여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할수록 이윤동기가 없는 CSR을 관찰하기 어렵다. 따라서 독점시장을 제외하게 되면 시장에서 관찰되는 CSR은 전략적 CSR일 가능성이 높다.
한편으로 사회적 선호가 전혀 없는 이해관계자들의 경우에도 기업의 CSR에 반응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한 용의가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설비의 경우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 가격이 비쌀 수 있지만 에너지 비용의 절감의 이득이 매우 크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기꺼이 구매할 유인이 있다. 그러므로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선호가 없는 경우에도 전략적 CSR이 나타날 개연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CSR
CSR에 대한 대부분의 분석은 사회적 혹은 환경적 선호를 외생적으로 주어진 것으로 가정하고 기업과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작용에 분석의 초점을 맞춘다. 전략적 CSR에 대한 연구는 이러한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크게 시장, 정치, 사회 규범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요인이 기업의 CSR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론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시장
CSR은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타난다. 각각의 시장에서 CSR의 논의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상품시장
상품시장의 경우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적 선호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이 기업의 CSR 지출을 유도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가치에 대한 선호를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경우 그러한 선호에 부합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 높은 충성도를 가지게 된다. 만일 시장에 그러한 선호를 가진 소비자들이 많다면 기업은 CSR 지출을 높여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다.
상품시장에서 사회적 선호를 가진 소비자들과 기업의 상호관계는 기업의 CSR 지출과 경영자의 성과급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소비자들이 기꺼이 그들의 사회적 선호를 대표하는 기업의 상품을 구매하기 위하여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므로 유능한 경영자는 기업의 CSR 지출을 높여서 이윤을 극대화하고 이로부터 많은 성과급을 받는다.
그러나 경기가 나쁠 때에는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여력이 하락하기 때문에 유능한 경영자들이라면 CSR 지출을 줄이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CSR 지출과 경영자의 성과급 사이에 음의 관계가 관찰될 것이 예상된다.
전반적인 경기효과 이외에도 상품시장의 경쟁 정도가 최적 CSR 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환경오염과 같은 부정적 외부성 감소의 형태로 공공재가 부가적으로 생산되는 상품시장에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면 CSR 지출은 줄어들게 된다. 즉, CSR을 이용한 공공재의 사적 공급과 정부의 규제로 인한 공공재의 공적 공급이 서로 대체관계에 있는 경우 경쟁의 압력이 높아질수록 CSR 지출은 줄어든다.
한편 CSR이 상품차별화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즉, 광고학과 마케팅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브랜드를 홍보하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창조하는 전략으로 CSR을 활용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추측을 할 수 있는데 이는 홍보 전략으로서의 CSR은 CSR에 대한 기업의 노력이 사업행위와 무관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소비자들이 기업의 CSR을 사업행위와 직접적으로 연관시킬 수 있는 경우 오히려 CSR을 기업의 환경 파괴적인 사업에 대한 비판의 회피책으로, 즉 면피성 행동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노동시장에서는 CSR이 고용주와 고용인(근로자) 사이의 관계에 영향을 미쳐서 노동시장의 결과를 결정한다. 경제학에서 CSR과 노동시장의 상호작용은 정보의 비대칭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약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즉, 근로자의 유형에 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기업이 이들을 선별하거나 또는 원하는 근로자들을 고용하기 위한 신호발송의 도구로 CSR을 활용한다. 다시 말하면 CSR은 비슷한 선호를 가진 고용주와 근로자의 연결(matching)을 이끌어내는 하나의 신호로 작용하거나 또는 장기에 걸쳐 고용주들 즉, 많은 기업의 선호를 나타내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사회적 선호를 가지고 있는 근로자들의 경우 사회적 선호를 가진 기업에서 일종의 근로기부의 형태로 기꺼이 낮은 급여를 받으며 일할 용의가 있을 수 있다. 기업이 CSR 지출을 많이 하면 할수록 사회적 선호를 가진 근로자들의 급여는 더욱 낮아지게 되는데 이는 노동경제학에서 논의되는 보상임금격차이론으로 설명된다.
즉, 근로자는 일자리를 선택할 때 금적전 이득(임금) 뿐만 아니라 일자리의 안전 혹은 일의 자부심 등의 비금전적 요인을 동시에 고려한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근로자의 사회적 선호를 만족시켜주는 일자리의 경우 비록 임금이 낮더라도 그 일자리를 선택하게 되며 이때의 임금 격차는 사회적 선호가 없는 일자리를 선택하였을 경우 개인이 누릴 수 있는 효용수준과 정확히 일치하는 수준에서 결정된다.
노동시장의 공급측면에서의 효과(낮은 임금)는 만일 사회적 선호를 갖고 있는 기업의 경영자가 비용극소화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주는 방식으로 일부 완화될 수 있다. 또한 CSR은 이미 이렇게 고용된 근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즉, 병원 혹은 학교와 같이 사회적 목적을 갖고 있는 비영리 기관의 경우 CSR 지출은 사회적 선호를 갖고 있는 근로자들을 유치할 수 있는데, 이들 근로자들의 경우 일에 대한 자부심과 금전적 보상이 서로 대체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CSR은 노동시장에서 불완전 정보를 가진 기업이 원하는 근로자를 채용하여 주인-대리인 문제로부터 발생하는 비효율성을 완화하는 선별장치로서 작용하게 된다.
정치
정치는 시장의 영역 밖에서 기업의 CSR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한다. 이러한 경로에는 정부기관과 같은 공공부문의 정치와 NGO로 대표되는 민간부문의 정치로 구분된다. 이들 모두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기업의 행동에 압력을 가하고 결과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 기업은 정치적인 압력이 실제로 나타나기 이전에 이로 인한 비용 상승, 수요 감소, 경쟁우위 상실 등의 위협을 느끼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하여 CSR을 활용한다.
이는 금융시장에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미래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하여 헤지(hedge)전략을 세우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즉, 사회운동가들이 불매운동을 펼치거나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 경우에 대비한 보험의 성격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민간부문의 정치
민간부문의 정치와 기업의 CSR의 관계는 게임이론으로 접근하여 분석할 수 있다. 사회운동가과 기업 간의 게임은 사회운동가들의 전략적 요구와 기업이 이를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받게 되는 보상 혹은 손실로 이루어진다. 사회운동가들이 유발하는 CSR은 기업의 비용을 상승시키지만 동시에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시켜 준다.
이러한 두 가지 효과가 사회운동가의 성공가능성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운동가들은 그들의 요구에 잘 반응할 것 같은 기업을 전략적으로 선택하게 되는데 이 게임의 균형은 사회운동가의 실질적인 위협이 존재하여 기업이 사회운동가와 합의한 수준에서 CSR을 수행하고 불매운동은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달성된다.
기업의 순응 확률(사회운동가의 성공 확률)은 대중의 관심도와 CSR에 대한 사회운동가들의 이해관계 정도(stake)에 정비례하고, CSR에 대한 기업의 이해관계 정도(stake) 및 이전에 기업이 수행하고 있었던 CSR 수준에 반비례한다.
그런데 CSR 직접적인 비용효과와 불매운동으로 인한 잠재적 손실 사이에는 시장의 경쟁정도에 따라 비선형의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기업의 차별화 정도가 높아서 시장에서의 경쟁이 비교적 낮은 경우 불매운동으로 인한 기업이윤 하락의 폭은 차별화의 정도가 줄어듦에 따라 커진다.
이 경우에는 시장의 경쟁이 조금씩 증가함에 따라 이윤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기업의 CSR 지출이 늘어난다. 즉, 경쟁이 낮은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점점 늘어날수록 사회운동가들의 위협과 성공 확률이 증가한다.
그렇지만 기업이 보다 경쟁적인 시장 환경에 접근해감에 따라 경쟁과 사회운동가의 권력 사이의 양의 관계가 줄어드는 반대의 상황에 도달한다. 왜냐하면 기업입장에서 CSR을 통한 이윤감소 방지의 효과의 크기가 줄어들어 CSR 지출비용을 충당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회운동가들은 현재의 경쟁은 낮은 편이지만 상품의 차별화정도가 그리 높지 않아 경쟁할 수 있는 기업이 출현하는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전략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사회운동가들의 목표 대상 기업의 선정은 전략적 CSR을 수행하는 기업과 사회적 선호를 갖고 있어서 비영리를 목적으로 CSR을 수행하는 기업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에 의존한다. 만일 이들을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비영리를 목적으로 CSR을 수행하는 기업이 사회운동가들의 목표가 되기 쉽다. 왜냐하면 이런 기업들이 사회운동가들의 요구에 보다 잘 순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업의 CSR 동기에 대한 구별을 잘 할 수 있는 사회운동가들은 전략적 CSR을 수행하는 기업을 목표로 삼는다. 이러한 기업은 불매운동의 대상이 될 경우 입게 될 손실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즉, 영세한 규모의 질 낮은 사회운동가일수록 사회적 선호를 갖고 있는 기업을 겨냥하는 경향을 보인다.
한편 기업과 사회운동가들이 반복게임을 하는 상황이라면 기업입장에서는 사회운동가들의 목표가 되지 않기 위해서 사회운동가들의 요구에 반응하지 않고 싸우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사회운동가들은 그들의 요구에 쉽게 반응할 것 같은 기업을 목표로 설정하고자 할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이 쉽게 반응하지 않는다면 사회운동가들의 비용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만일 사회운동가들이 기업의 반응정도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하면 기업은 싸우는 전략을 채택하여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라는 명성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더 유리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의 정치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변하게 되면 기업은 조정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기업규제 변화의 경우에 대비하여 과잉준수의 방편으로 CSR을 수행함으로써 일종의 전략적 "완충 지대(buffer zone)"를 마련하려는 유인이 생긴다. 마찬가지 이유로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외부충격으로 기업이 규제에 순응하지 못할 수 있는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하여 현재의 규제수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자발적 CSR을 수행할 유인을 가질 수 있다.
또한 현 시점에서 규제기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 미래에 인허가를 받는 것이 용이할 수 있으며 혹은 정부기관에서 규제준수 여부를 관리 감독할 때에도 관대한 처분을 받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이러한 전략적 CSR은 규제가 강화되었을 때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규제의 필요성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활용된다.
이와 더불어 사회운동가들의 로비에 대항하기 위하여 정부에 로비를 하는 비용과이로부터 기대되는 편익을 CSR 지출의 비용편익과 비교하였을 때 후자가 더욱 낮다는 판단을 하게 되면 CSR을 선호하게 된다. CSR을 수행하여 사회운동가들의 로비를 사전에 방지하는 작용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이 정부에 로비를 하는 비용이 낮아지게 되면 자발적인 CSR 수준은 줄어들 것이 예상된다.
사회 규범
기업이 CSR을 수행할 유인은 기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압력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압력, 즉 사회 규범에서 발생하기도 한다. 즉, 정부와 같은 공공기관의 규제가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도 지역 내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또는 환경적 규범이 기업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비슷한 정도의 사회적 선호를 가지고 있는 유사한 기업이라도 사업을 수행하는 지역적 차이로 인하여 CSR지출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즉, 사회 규범이 하나의 규제와 같은 역할을 하고 그 정도가 다름에 따라 기업이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CSR 수준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기업이 속해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산업 또한 CSR지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산업의 조직화 정도가 높아서 하나의 중앙 기구가 산업을 대표하여 정부에 로비를 담당하는 경우에는 그 중앙 기구가 산업에 속한 개별 기업의 행동에 압력을 가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산업의 규범이 하나의 사회 규범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의 관계
초기의 CSR 관련 실증연구는 기업의 사회적 성과와 재무적 성과 사이의 경험적 관계를 분석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CSR이 궁극적으로는 기업의 생산기술에 혁신을 가져와 생산비용을 감소시켜 기업의 재무적 성과를 제고할 것이라는 가설을 검증하였다. 그러나 실증 결과들은 이러한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기업의 환경에 대한 지출과 기업의 경쟁력 사이에 미미하지만 음의 관계가 있다는 연구들이 더 많이 발견되었다.
한편 기업의 CSR 지출과 재무적 성과와의 관계를 실증적으로 분석할 때 두 변수 사이의 내생성을 고려하여야 한다. CSR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서 수익성 향상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동시에 기업의 재무적 성과가 좋은 경우 CSR 지출 여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Margolis, Elfenbein, and Walsh (2007)은 기존의 CSR 관련 실증분석 선행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업의 CSR 지출과 재무적 성과와 양의 상관관계가 발견된 연구에서도 어느 한쪽의 인과관계가 우세하게 작동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였다.
기업의 전략적 CSR에 대한 실증연구
시장
CSR 이론은 CSR이 노동시장의 결과물(특히,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기업에 낮은 임금을 받고 입사할 생각이 있다는 학생들의 비율이 적지 않게 나타난다. 또한 구직자뿐만 아니라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도 이러한 기업에 충성심이 높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
즉, 기업과 근로자의 사회적 선호에 따라 적절한 결합이 이루어지면 근로자들이 이로부터 낮은 임금에 대한 보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근로자들의 임금을 분석한 실증연구들은 비영리기관과 이윤극대화 기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근로자들의 임금격차는 대부분 근로자들의 자질, 일자리 특성, 일자리 조건이 대부분을 설명한다는 것을 보이고 있다.
다시 말하면 사회적 선호를 일치시켜주는 고용주와 근로자의 결합이 근로자들에게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기업에서 일하고 근로자들이 그들의 금전적 이득을 포기한다는 강력한 실증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노동시장의 효과가 기업의 전략적 CSR을 유인하는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와 반면에 Eichholtz, Kok, and Quigley (2010)는 미국의 자료를 이용하여 친환경 설비를 사용하여 건설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는 “green buildings”의 경우 다른 요인을 통제한 이후에도 일반적인 건물에 비하여 약 3% 정도 임대료가 높고 매매가격은 16% 높게 나타나고 있음을 보였다.
이는 기업의 CSR 지출이 결국 시장에서 이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에 의해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즉, 결과적으로 CSR 지출에 대한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행동이 반드시 사회적 선호로부터만 도출되었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Eichholtz, Kok, and Quigley (2010)는 “green buildings”의 세입자와 구매자들이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건물을 위해 비용을 지불했다기보다 이 건물의 에너지 관련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밝혔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노동시장과 상품시장에서의 CSR에 대한 실증 연구들은 시장에서 관찰되는 이해관계자들의 행동이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경제적 유인에 크게 반응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경제적 동인이 크게 작동하지 않는 한 이해관계자들 누구라도 공공선이라는 명분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CSR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정치
사회운동가들의 불매운동이 기업의 주가를 떨어뜨린다는 실증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은 이들의 요구에 부합하여 CSR지출 수준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민간부문의 정치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운동가들의 위협이 있는 경우 목표대상이 된 기업뿐만 아니라 잠재적인 목표가 될 수 있는 기업의 경우에도 자발적으로 환경오염물질의 방출을 감축한 경우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즉, 실증연구 결과들은 CSR의 출현과 성장에 있어서 민간부문 정치의 역할을 지지한다.
실증연구 결과들은 공공부문의 정치 역시 기업의 자발적인 CSR 지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이고 있다. Innes and Sam (2008)은 실제로 정부의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기업일수록 자발적으로 유해물질의 방출량을 줄이는 경향이 있음을 발견하였는데 기업의 이러한 행동은 미래의 규제 완화로서 보상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Decker (2003)은 기업의 자발적인 오염물질 방출의 감축이 새로운 대규모 프로젝트의 허가를 받는 기간을 단축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와 더불어 Bandyopadhyay and Horowitz (2006)은 기업의 환경에 대한 지출요구 수준에 불확성이 예측될 때 기업이 예기치 않게 규제를 위반하여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이에 대한 완충지대를 마련하기 위하여 자발적으로 규제를 과잉 준수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였다.
CSR은 분명 지역적 특성에 따라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특성에 맞는 경제적 분석도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학문분야와 비교하여 경제적 분석의 장점은 사회후생의 관점에서 기업의 CSR을 평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전략적 CSR에 대한 이론적 분석의 틀을 제공할 수도 있다. 실증분석을 통해 이론의 예측을 검증할 수도 있다. 우리의 상황에 적합한 CSR의 경제학적 분석이 풍부하게 이루어진다면 이를 통해 CSR에 대해서 보다 생산성 있는 논의의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다. 이에 기초한 정책적 함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송헌재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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