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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LG화학, '배터리 목장의 결투' 끝낼 수 있을까

2019-06-11 15:04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SK서린빌딩(왼쪽)·LG트윈타워/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배터리 기술·인력 유출을 둘러싼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상대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명예훼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2011년 리튬이온분리막(LiBS) 사업 관련 소송 당시 1·2심에서 패소한 후 합의종결한 상황과 유사하며, 이번 소송을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면서 "우선 10억원을 청구했으며,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입은 손해를 구체적으로 조사한 뒤 추가로 배상액을 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한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년간 76명의 인력을 빼가면서 기술이 유출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LG화학은 "이미 ITC에서 SK이노베이션의 영업비밀 침해에 대해 본안 심리의 필요가 있다고 판단, 조사개시를 결정한 사안"이라면서 "SK이노베이션이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극히 염려된다"고 표명했다.

또한 양 사는 그간 서로를 향해 '근거 없는 발목 잡기', '비상식적인 행위', '국익 저해' 등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으며, 상대편이 대응하기 힘든 타이밍에 자료를 내는 등 '시간차 공격'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탑재량/자료=SNE리서치



이처럼 '이전투구'에 가까운 각축전이 벌어지는 것은 배터리사업이 양사에서 갖는 상징성이 크고, 사업 전망이 밝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터리사업은 SK그룹이 천명해온 '딥체인지 2.0'의 핵심 파트이자 친환경을 비롯한 사회적가치(SV)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으로 꼽힌다. LG화학 입장에서는 창사 이래 최초로 외부 인사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면서 박차를 가하고 있는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중심축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해 390만대에서 2025년 2억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맞춰 전기차배터리 시장도 같은 기간 1600억달러(약 189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며, 양 사는 국내외에서 사업경쟁력 강화에 매진하고 있다.

앞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요즘 가장 신경쓰는 분야가 배터리"라고 언급했으며, SK내에서는 '사업내용 홍보가 배터리에 편중됐다'는 말이 돌 정도로 이 부문에 대한 애착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 역시 신학철 부회장 취임을 계기로 중국 남경 공장 증설 및 그린본드 발행 등 공격적으로 배터리 관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나 일본 등 경쟁국 업체들이 어부지리를 얻지 않을까 싶을 정도"라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에서 시시비비 가려질때까지 양사 감정싸움으로 비화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계열사 차원에서 해소가 안 된다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윗선'에서 해결 실마리를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 진행 중인 ITC 소송의 예비판결과 최종판결은 내년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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