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스테인리스 기업 중국 청산강철이 국내 진출을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진=연합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고로 조업중지, 원자재값 인상, 조선업 부진 등으로 부침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가 중국 스테인리스 업체의 국내 진출로 고심하고 있다. 중국 업체가 저렴한 제품을 내놓으면 국내에선 가격 경쟁력에 밀리고 해외에선 무역제재를 받을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미·중 무역 전쟁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우리나라를 우회 수출 통로의 거점으로 삼으려해 국내 철강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저가 철강재 유입이 증가하며 가격질서가 무너지고 있고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도 더 끼어들 수 없는 포화상태”라며 “이 때문에 국가적 차원에서 중국 업체 진출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세계 1위 스테인리스 기업 중국 청산강철은 국내 기업 길산과 5대5 합작법인 형태로 부산 미음공단 외국인 투자지역에 연간 60만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공장 건설을 결정했다. 청산강철은 인도네시아에서 반덤핑 제소가 걸려있어 현지에 세운 청산강철 법인에서 소재 조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한국산’으로 제품을 생산해 우회 수출을 노린 의도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산강철은 현재 부산시에 사업계획서를 내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청산강철이 부산에 공장을 세운다면 연산 60만톤 규모의 스테인리스 냉연간판을 생산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경우 약 149만톤의 스테인리스 공급 과잉이 발생한다. 연간 200만톤의 스테인리스를 판매하는 포스코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다. 이미 저가 수입산 냉연강판은 국내 수요 40%를 잠식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 3일 유통향 스테인리스 300계 가격을 10만원 인하하며 시장 지키기에 나섰다. 현대제철도 이달 스테인리스 가격 정책에 대해 검토 중이다.
중국이 제품을 ‘한국산’으로 둔갑해 수출 한다면 미국의 반덤핑관세 등 무역 제재 수위가 높아질 우려도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외국산 철강 제품이 미국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당시 한국은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 철강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수출량의 70%로 제한하는 쿼터제에 미국과 합의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쿼터 적용으로 한국의 대미국 수출 철강 제품량은 2017년 383만톤에서 지난해 268만톤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금액 기준으로도 13% 이상 감소했다.
더 큰 문제는 중국 업체들의 한국 진출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거대 알루미늄 기업인 밍타이 그룹은 지난해 12월 전남 광양 내 외국인투자지역에 400억원 규모의 공장 건축 허가를 받고 알루미늄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스테인리스 시장은 넓은 시장이 아닌 데 이미 수요 포화 상태”라며 “중국 업체가 더 들어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저가 열연을 사용해 냉연제품을 대량 생산하면 국내 스테인리스 업체는 가격 등 경쟁에 밀려 도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