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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데코레이션이란 고정관념부터 버려라

2019-06-17 10:13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도시를 춤추게 하는 건 세 가지다. 길거리의 다양한 가게들, 도시 미학의 결정판인 빌딩 그리고 멋진 디자인의 자동차 물결…. 가게-빌딩-자동차야말로 도시를 도시답게 만드는 요소인데, 특히 자동차는 움직이는 미술작품이다. 그런 판단 아래 현대차-기아차-쌍용차 등 국산차의 디자인을 점검하는 글을 상하 두 편으로 정리한다. 메시지는 자명하다. 110년 서구 차 역사에 비해 우린 절반밖에 안 되지만, 디자인 정체성의 구현 없이 차 산업의 내일은 없다는 인식이다. [편집자 주]

조우석 언론인

[연속칼럼]국산차 디자인의 혁신, 더 미룰 수 없다-上

 
현대차엔 굿 뉴스와 배드 뉴스 두 개가 있다. 6세대 부분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로 지난해 말 선보인 더 뉴 아반떼가 여전히 판매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는 게 우선 안타까운 소식이다. 소형 SUV 시장이 급성장하는 탓도 있지만, 출시 전부터 요란했던 '삼각떼 디자인' 논란 탓이다.

차 이미지를 결정하는 헤드램프를 날카로운 삼각형으로 해서 밀어붙인 게 끝내 소비자 외면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른바 엣지 있는 디자인을 위해 그렇게 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이지만, 시장의 판단은 또 달라서 더 뉴 아반떼가 뭔가 섣불렀고 어색했다는 쪽이다. 반면 좋은 소식도 있는데, 지난 달 출시됐던 8세대 쏘나타가 국민차로 부활했다.

현대차 신형 쏘나타 /사진=현대차 제공


자동차가 디자인을 입을 때

그 역시 품질이 월등해졌거나 하는 요인 때문이 아니고 디자인을 바꾼 게  통한 것이다. 그만큼 차 디자인은 결정적 요인인데, 내 판단엔 이렇다. 쏘나타 DN8은 나쁘진 않다. 중형 세단으로 보기 드물게 매끄러운 스타일이지만, 단 유럽 명차 수준의 간결하고 독자적 디자인은 아니다.

외려 눈길을 끄는 것은 오래 전 '디자인 경영'을 선포했던 기아차에서 나왔다는 3년 만의 부분변경 모델인 K7 프리미어다. 신문 광고로만 봤지만 느낌은 나쁘지 않은데, 분위기만 남성적인 쪽으로 손댄 것 자체가 신뢰감을 준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것이다.

때 되면 껍데기 바꾸고 값 올려 받는 행태에 소비자들이 질렸고, 차 회사들은 그런 게 디자인 변경이라며 소비자를 길들여왔던 관행과 거리 둔 것이다. 본래 K7 구형은 디자인의 완성도만 놓고 보면 국내차 중 단연 최고다. 그런 차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그리 오래 된 게 아니다. 그러나 빠른 인식 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핫한 영역으로 떠올랐다.

일테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경우 품질 경영과 디자인 경영을 동시에 강조하는데 그건 우연이 아니다. 사실 자동차가 디자인이란 옷을 입지 않으면 단순한 탈것에 지나지 않는데, 그걸 사람들도 안다. 제네시스 디자인 책임자가 누구고, 아반떼를 만드는 사람 이름까지도 줄줄 꿴다.

사실 자동차 역사는 11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서구 사회가 주도했고, 우린 따라가기 바빴다. 과거 국내 차 디자인은 세계시장의 흐름을  베끼는 수준의 '미 투 전법'을 구사했지만, 그걸론 안 된다는 인식도 분명해지고 있다. 한국은 세계 차 시장의 5위인데, 앞으로의 트렌드를 이끌고 갈 철학과 뚝심이 없이는 우리가 원하는 도약도 없다.

물론 차 디자인, 그거 어렵다. 한 천재가 가기만의 영감을 쏟아 부었다고 어느날 반짝 성공하는 게 아니다. 많은 부문과의 협업과 차 공학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지만, 그 나라 풍토와 문화가 중요하다. 디자인 정체성은 한국적 예술철학을 기반으로 그 무엇 즉 K 팩터(factor)가 필수다.

제네시스 G90(국내명:EQ900). /사진=미디어펜


안타까운 제네시스 그릴 디자인

차 디자인도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 즉 인문학으로 귀착된다는 뜻이다. 단 현실은 답답하다. 일테면 현대차의 새로운 프리미엄 브랜드로 3년 6개월 전에 런칭한 제네시스를 보자. 이게 성공하려면 압도적인 품질과 디자인으로 소비자 마음을 잡아야 하는데, 현재로선 신통치 않다. 이걸로 벤츠-BMW-아우디가 쥐고 있는 시장을 파고 들 수 있을 것인가?

당장 플래그십 모델인 G90 부분변경 모델의 경우 이른바 '오각빤스 그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내가 봐도 그렇다. 굳이 볼륨감을 강조하지 않아도 당당한 차체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로 좋은데 한 곳이 문제다. 그렇게 크고 멋없는 그릴이 전체 이지미를 망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관심은 하나다. 그 멋진 차체에서 척 봐도 한국만의 고유함이 살아있고 동시에 모던한 맛이 흐를 순 없는 것인가? 그거야말로 차 산업의 도약이고 서울시민의 미술 감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쾌거가 아닐까? 그러기 위해선 다자인의 기본을 다지는 게 필수다. 차제에 한국차에 요청되는 몇 가지 디자인 문제를 밝히려 한다.

우선 디자인은 데코레이션 즉 장식이라는, 아직도 여전한 고정관념을 파괴해야 한다. 디자인은 기능의 완성이고, 제품의 철학이 드러나기 때문에 군더더기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아직도 차의 여기저기를 휘고 꼬아놓는 바람에 눈만 어지러운 디자인이 여전한 게 우리 현실이다.

그런 수준이니까 헤드램프 바로 밑에 있는 안개등을 크고 화려하게 꾸미는 바보짓도 우린 예사로 한다. 있을 수 없다. 헤드램프 하나면 제대로 달면 끝이 아니던가? 그런데도 미인이 아름다워 보이려고 눈 아래쪽에 눈알 하나를 더 그려 넣는 꼴을 지금 한국차들이 앞다퉈 한다. 또 하나, 크롬 중독이 문제다.

반짝거리는 크롬은 필요할 때 딱 쓰고 그쳐야 하는데, 여기저기 떡칠하는 바람에 촌스러움을 자초한다. 결국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디자이너, 당신들이 문제다. 디자인의 정체성은 한국적 예술철학을 기반으로 한 그 무엇 즉 K 팩터가 담겨있어야 한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한다.

다음 회는 그걸 지난 110년 세계 차 디자인의 흐름과 함께 살펴볼텐데 실은 차는 도시를 배경으로 달릴 때 제멋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국산차 점유율은 80% 이상인 특별한 나라인데, 이런 곳에서 그야말로 멋진 디자인의 차가 씽씽 달리는 광경을 보고 싶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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