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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양가 제동…'정부vs시장' 힘겨루기 심화되나

2019-06-17 15:48 | 손희연 기자 | son@mediapen.com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정부의 고분양가 규제로 분양을 예고했던 재건축 단지와 공공택지 분양단지들이 제동이 걸렸다. 서울 재건축 단지들은 분양 일정을 미루고 후분양 검토에 나서기 시작했으며 공공택지 분양 단지들은 줄줄이 분양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분양가 규제를 덜 받기 위한 시장의 움직임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정부와 시장의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업계 내에서는 정부의 집값 안정화를 위한 분양가 통제가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정부 의도와는 다르게 현재 서울 강남 집값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고 고분양가 통제로 분양가격이 낮춰질 경우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로또 청약' 단지라는 부작용까지 더 심화될 가능성이 커질 우려다.

17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심사기준 강화'로 서울 재건축 시장 내에서는 후분양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울 재건축 조합이 후분양제를 적용한다면 기존 선분양제보다 상대적으로 분양가 규제를 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분양 일정이 지연됐던 서울 강남 상아2차 재건축 단지 '래미안 라클래시'는 후분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반포주공1·2·4주구(주택지구), 서울 서초 방배13구역, 잠원동 신반포4주구 등도 후분양 여부를 검토 중에 있다.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 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은 후분양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준강남으로 불려오는 과천지역의 과천 주공1단지는 지난달 조합원 총회에서 후분양을 확정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분양가 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양가 산정 협의가 더 어려워지거나 분양 일정 지연도 불가피해지면서 후분양제를 검토하는 분위기가 재건축 시장 내에서 강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기존의 선분양제를 고집한다면 분양가를 놓고 조합과 HUG간의 힘겨루기가 더 심화될 것이다"고 전했다. 

수도권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도 고분양가 논란이 확산되면서 분양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첫 분양 예정 단지였던 ‘과천 제이드 자이’, ‘푸르지오 벨라르테’는 분양일정이 지연됐다. 업계 내에서는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제기한 공공택지내 고분양가 논란과 관련해 지난달 23일 김현미 장관이 적정 분양가 검토에 나서겠다고 언급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으로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위례신도시에 분양을 앞뒀던 '위례 호반써밋 송파'의 분양 일정도 내달로 연기됐다. 위례신도시에 분양을 앞둔 '위례신도시 우미린'과 '위례 중흥 S-클래스'도 분양가 심의일정이 늦어지면서 분양이 지연되고 있다.

정부는 고분양가 통제로 집값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분양가격을 낮추면 주변 주택 가격 상승요인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의 의지와는 다르게 현재 시장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분양가 책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건축 조합들은 분양 일정을 연기해 공급 물량이 줄어들고 있으며 서울 집값의 바로미터로 통하는 서울 강남 집값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더구나 기존 아파트값이 올라가고 고분양가 통제로 새 아파트 분양가격은 낮아진다면 기존 아파트와 새 아파트의 가격 격차는 점점 높아질 수 있어 '로또 청약' 부작용도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지난해 11월 이후 30주 만에 하락을 끝내고 상승으로 전환했다. 상승 국면은 대치동 은마, 잠실주공5단지, 둔촌주공 등 주요 재건축 아파트가 이끌었다. 이 기간 재건축 아파트가 0.19%나 오르면서 일반 아파트 가격 마이너스 변동률(-0.02%)을 상쇄, 전체 매매값을 0.01% 상승으로 견인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HUG가 분양가를 통제하기 시작한 2017년 3월 이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20개월간 서울 아파트 분양가 상승률은 15.8%로 억제됐지만, 같은 기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34.9%로 뛰어올라 분양가 규제가 아파트값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집값 안정화를 위한 민간분양 시장에서의 고분양가 통제로 조합과 HUG와의 줄다리기가 심화되면서 분양일정 지연되거나 후분양제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이다"며 "분양가 통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강남 집값은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고, 분양가 통제로 분양가격이 낮춰진다면 로또 청약 부작용 현상도 더 심화될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5월 서울 새 아파트값이 1년 전에 비해 1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5월 말 서울 아파트 3.3㎡당 매매가격이 2569만3800원으로, 지난해 5월 대비 12.54% 올랐다고 밝혔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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