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국정)에 경제 성장의 주역인 1세대 기업인들 이름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독립군과 정치인들의 이름은 사진과 함께 상세히 소개한 반면 철강, 반도체, 조선, 자동차 산업을 설명하며 박태준, 이병철, 정주영 등 기업인들의 이름은 누락했다는 비판이다.
19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일 발간된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는 1단원 ‘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오늘날의 우리’, 2단원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 3단원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으로 구성돼 있다. 이 교과서는 부산교육대학교 국정도서편찬위원회가 편찬했고, 저작권은 교육부에 있다. 발행 협조는 (주)지학사가 맡았다.
문제가 된 3단원 ‘우리나라의 경제발전(p154~197)’은 △우리나라 경제 체제의 특징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 △세계 속의 우리나라 경제 등의 소제목으로 구성돼 있다. 해당 단원에서는 6.25 전쟁으로 국토 전체가 폐허가 됐지만, 이후 공업을 발전시켜 경제성장의 초석을 다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 정부의 경제 개발 계획에 따라 섬유, 신발, 가발, 의류 등과 같은 경공업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며 성장했다(p.178)”고 서술했을 뿐 해당 산업을 발전시킨 기업이나 기업인들의 이름은 기술하지 않았다. 또 1970년대의 경제 발전 부분에서 철강, 반도체, 조선, 자동차 산업 발전으로 생활수준이 향상됐다고만 했을 뿐, 경제 성장의 주역인 기업인은 누락시켰다.
알려졌다시피 우리나라 철강 산업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이 일으켰다. 그는 1962년 육군 소장으로 예편한 뒤 1968년 포항종합제철(지금의 포스코)을 설립해 한국의 철강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키워내는데 앞장서며 한국의 ‘철강왕’으로 불렸다. 또 사후에는 세계 ‘철강 명예의 전당’에 오른 한국인이 됐지만 교과서에는 수록되지 않았다.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도 교과서 서술에서 제외됐다. 이병철 창업주는 고심 끝에 반도체 산업에 투자를 결심, 오늘날의 삼성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반도체 산업은 비단 삼성 뿐 아니라 대한민국 수출품목 1위로 자리매김 하며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효자 산업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 같은 내용은 누락됐다.
고 정주영 현대 창업주에 대한 서술도 제외됐다. 정주영 회장은 “이봐, 해보기나 했어?”라는 어록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당시에 불가능해 보였던 조선 산업과 자동차 산업에 도전해 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그럼에도 초등 교과서에는 소개되지 않았다. 앞서 정주영 회장은 한국사 8종 교과서에 그의 기업 활동은 배제된 채 ‘소떼 몰고 방북한 인물’로만 기술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기업인들 이름뿐 아니라 대통령 이름도 누락됐다. 해당 교과서는 “1962년 정부는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세우고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해 경제성장을 이루고자 노력했다(p.177)”고만 했을 뿐 이를 이끈 박정희 전 대통령 이름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중화학 공업 발전을 위해 기업을 도왔다는 서술에도 박 전 대통령 이름 대신 ‘정부’라는 표현을 썼다.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 p.180~181
한국의 경제 발전을 소개하며 1세대 기업인들을 누락한 것은 앞서 1, 2단원에서 독립군과 정치인들의 이름을 자세히 기술한 것과 대조되는 서술이다. 1단원에서 정약용, 흥선대원군, 김옥균, 고종 등은 그들의 사진과 함께 활동내역을 상세히 설명한 반면, 현대사 인물들의 소개는 축소되거나 제외시킨 경우가 많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기여, 그리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박태준, 정주영, 이병철 등 기업인의 실명이 전혀 등장하지 않고 발전된 시기의 연도만을 제시했다”며 “정치발전을 설명하는 방법과 판이한 모습인데 같은 교과서에서 이래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은 자유 이념을 기반으로 나라를 건국한 이승만 대통령, 이를 토대로 경제성장을 이룬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기업을 이끈 박태준, 정주영, 이병철 등 삼위일체가 됐기에 가능했던 것”이라며 “이를 깎아내리려는 움직임에 교과서까지 편승된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초등학교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는 1단원에서 ‘대한민국의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으로 기술해 북한정권의 수립과 동렬로 기술하고 있어 위헌 소송이 제기된 상태다. 이밖에도 한반도의 분단과 대한민국 건국 과정, 그리고 이와 관련한 국제기구인 유엔이 기여한 역할을 특정한 정치관, 이념, 역사관에 입각해 기술해 논란이 되고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