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핵담판’이라는 책 제목만으로도 김정은 시대의 북핵 문제가 갖는 의미를 짐작케 한다. 북한도 이제 자신들의 핵 문제로 ‘마지막 결전(showdown)’을 벌여야 하는 기로에 놓인 것이다.
왕선택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인 저자가 집필한 ‘핵담판’은 북핵 문제 연대기이다. 저자의 의도는 부제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3000일의 북핵 문제 연대기’(Chronicle of Nuclear Showdown)에 담겨 있다.
2011년 12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집권을 기점으로 새롭게 정리했으며,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 시대의 북핵 문제’가 이번 책 전체의 주제이기도 하다.
왕 기자는 1994년 YTN 공채 1기로 방송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부터 18년째 통일외교 전문기자로 활동하며 2차 북핵위기, 북핵 6자회담, 2017년 이후 남북 및 북·미 대화 국면의 현장에 있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YTN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국제 정책 실무로 석사를,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학 박사를 취득했다. 2017년 외교 분야 담당 기자에게 수여하는 ‘돈 오버도퍼 기자상’을 받았고, 2018년에는 삼성언론상(전문기자 부문)을 수상해 외교안보 분야에서 권위 있는 언론인으로 평가받는다.
저자가 출간한 2013년의 첫 책이 단순한 자료집 형식이었다면, 이번 책은 북핵 문제가 국민의 대중적인 이슈가 되어 가는 현실 상황을 고려해 자료를 ‘서술 형식’으로 풀어낸 정리본인 것이 특징이다. 연대기 즉 ‘역사적 중요 사건을 연대순으로 적은 기록’인 만큼, 9년에 걸친 3000일의 사건 서술은 마치 영상을 보듯 머릿속에 선명하게 각인이 된다.
저자는 ‘연대기’를 정리하는 작업은 시간이 많이 필요하지만 기대성과는 적은 일이라고 한다. 마치 해운대 백사장에서 굵은 모래를 찾아내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다. 얼마나 커야 굵은 모래인지 헷갈리고, 몇 개를 모아야 일이 끝나는지 알 수도 없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엄청나게 복잡하고 장기적으로 전개되지만 이를 지켜보는 하나의 관찰자 역량은 극도로 제한적이다. 문제가 다양한 방면에서 진행되는 만큼 한 분야에서 관찰한 결과를 다른 분야 담당자와 공유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가 기억하는 북핵 문제 양상이 각기 다르고, 보수·진보 진영이 규정하는 북핵 문제 맥락이 전혀 다르다. 그런가 하면 남한과 북한, 또는 미국과 중국이 기억하는 북핵 문제 일지 또한 다르다.
더구나 정부 관리들도 2년이나 3년이 지나면 다른 보직을 받고 떠나가는 일이 반복되니,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진 북핵 문제의 특징이 후대에 제대로 전달되기란 참으로 어렵다. 기록이 결코 적지는 않아도 특정 시기나 사건에 집중한 기록물이 대부분이다. 결국 ‘통시적’이며 ‘통합적’인 기록을 찾기 힘든 상황이 이어진다.
2002년 이후 북핵 문제를 꾸준하게 보도했고 통일부와 외교부, 국방부, 청와대, 국회 출입 기자를 두루 거친 저자는 2012년부터 이어지는 ‘북핵 문제 연대기’ 작성에 다시 도전했다. 북핵 문제를 장기적으로 다룬, 언론인이 서술한 연대기가 필요하다는 의무감 때문이기도 하다.
해를 거듭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아 온 남북, 북미, 또는 남·북·미·중간의 방대한 핵담판 자료를 한 권의 연대기로 읽는 순간, 누구나 북핵 문제를 한층 넓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