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실세들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텔레콤 5G 스마트오피스에 방문했다. ‘5G B2B 활성화를 위한 민관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한날한시에 특정 기업에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SK가 문재인 정부의 신뢰를 얻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남이기도 하다. 최태원 SK 회장이 밀고 있는 ‘사회적 가치’ 효과 덕분인 것 같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며 ‘포용 성장’을 이야기 하는 문재인 정부와 남다른 호흡을 자랑 중이다.
사회적 가치와 포용 성장은 그 개념이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많다. 최 회장은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겠다고 호언장담 하지만, 그 가치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어서 가격을 매길 수 없고 측정할 방법도 없다. SK가 측정 결과로 발표한 ‘경제 간섭 기여 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모두 경제적 가치에 기반 한 것에 불과하다.
포용 성장도 마찬가지다. 성장이면 성장이지 그 앞에 포용이 왜 붙는지 의문이지만, 어쨌든 성장이 선행돼야 포용도 가능하다. 때문에 정부는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먼저지, 포용으로 본질을 흐려선 안 된다. 그럼에도 이들은 성장과 경제적 가치의 부산물인 ‘포용’과 ‘사회적 가치’를 목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맨 왼쪽부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5G B2B 활성화를 위한 민관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그리고 그것이 둘 사이를 관통하는 무언가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서로 통하는 게 많으니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우르르 SK에 몰려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얘기를 주고받으며 그야말로 쇼를 하는 거다. 실제로 그 행사를 통해 얻은 것이라곤 SK가 문재인 정부의 예쁨을 받고 있다는 사실 정도를 확인한 것뿐이다.
그 자리에서 5G 발전을 위한 이렇다 할 결론이 난 것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만남을 우리는 ‘정경유착’이라고 부른다. 만약 박근혜 정부에서 해당 행사가 있었다면, 첫 문단에 거론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최소한 ‘난리’가 났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따라 붙는 수식어가 ‘내로남불‘과 ‘위선‘인 것도 다 이 때문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입장에선 SK가 고마울 수밖에 없겠다는 점을 인정한다. 기업 총수가 자발적으로 시장 구조의 기반과 반대 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흡족할 수밖에 없을 거다. 문재인 정부와 그를 추종하는 세력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정부와 기업의 관계를 ‘정경유착’이라고 폄훼하곤 하지만 그땐 무려 경제성장을 일궈냈다. 그러니 ‘정경협력’이라고 불러야 옳다.
하지만 이번 만남은 ‘협력’과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정부의 실세들이 특정 기업에만 찾아가고, 거기에 황송함을 느낀 기업은 정부에 더욱 충실해지기 위해 애를 쓸 텐데 어떻게 협력이 가능하겠는가. 수직적 관계의 유착에 불과하다. 그러니 기업은 정부에 잘 보이려고 애쓰기보단,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해도 살아남을까 말까한 세계가 시장이니 하는 말이다.
정부는 길어봐야 5년이지만, 기업은 노력 여하에 따라 100년 넘게 지속될 수도 있고 1년도 안 돼 망가질 수도 있다. 정부에 잘보이기 위해 애쓰다가 혹여 그 정부가 사라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때 가서 태세 전환을 하려는 걸까. 그 전에 기업이 망가질 확률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기업은 기업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