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미국 델타항공이 한진칼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위기에 처한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떠올랐다. 항공 업계는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으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로써 그동안 한진칼 지분을 매입해온 행동주의 펀드 KCGI가 난감하게 됐다.
23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자사 홈페이지 ‘뉴스 허브’ 코너를 통해 “대한항공 대주주인 한진칼 지분 4.3%를 확보했다”며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은 후 한진칼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최대 항공사로 꼽히는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20년에 걸친 인연을 자랑한다.
때문에 이번 지분 매입에 대한 조 회장과 델타항공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한진그룹 관계자는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대한항공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JV)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에어로멕시코, 에어프랑스와 함께 지난 2000년 6월 22일 뉴욕에서 최초의 고객 중심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을 출범시켰다. 또 양사는 이 같은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해 5월 JV를 설립해 한·미 직항노선을 포함한 아시아 80개 및 미주 290개 노선에서 협력하고 있다. JV는 항공사가 맺을 수 있는 가장 높은 형태의 협력이다.
KCGI는 한진칼의 2대 주주로 올라섰지만, 델타항공이 백기사로 등장하면서 표 대결에서의 우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KCGI는 한진칼 지분 15.9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다. 델타항공이 예고한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게 되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40%에 육박하게 된다.
이에 KCGI는 KCGI는 21일 입장문을 내고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델타항공이 경영권 분쟁의 백기사로서 한진칼의 지분을 취득한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이라며 “델타항공이 KCGI와 함께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불법이나 편법 행위에 대해 글로벌 수준의 컴플라이언스를 적용하도록 공조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KCGI가 추가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최근 투자금 확보가 어려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CGI는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아 다시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늘려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미래에셋대우가 KCGI의 한진칼 주식 담보 대출 연장을 거절하면서 이달 22일 KCGI는 대출금 200억원을 상환하고 곧 200억원을 추가로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델타의 한진칼 지분 취득으로 조 회장 측이 KCGI와의 지분 경쟁에서 유리해졌다”며 “KCGI가 표 대결을 위해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200억원 규모의 상환 부담을 떠안은 상태에서 지분을 매입하게 되면 KCGI 측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