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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유럽 방문 성과가 ‘부산-헬싱키 직항로 개설'?

2019-06-25 15:53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문재인 대통령의 북구3국 순방 계획이 발표되자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불쏘시개 지펴 집구석 부엌 아궁이 있는 대로 달궈놓고는 천렵(川獵)질에 정신 팔린 사람마냥 나홀로 냇가에 몸 담그러 떠난 격"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야당 대변인의 '막말' 논란 속에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3개국 순방이 '혁신, 포용, 평화의 대한민국'을 위한 유럽 외교 강화의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북구3국 순방으로 '부산-헬싱키 직항로 개설' 외에 '혁신, 포용, 평화'에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야당 대변인의 '막말'이 아니더라도 우선 지난 2년간 해외순방 때마다 이런 저런 물의를 일으켜왔던 문 대통령 부부의 잦은 해외순방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우려 반 비아냥 반으로 곱지 않다. 순방 기간 중 '부산-헬싱키 직항로 개설' 발표나 스웨덴 의회 연설 구설수 등의 보도를 보면 북구3국 방문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문 대통령의 스웨덴 의회 연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습니다.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입니다"라는 연설 내용을 "역사 왜곡"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6.25 전쟁 당시 우리나라에 의료진을 파병했던 스웨덴을 방문해서 6.25전쟁이 남북간의 '쌍방과실(雙方過失)' 또는 '우발적 충돌'이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뢰는 상호적이어야 한다…한국 국민도 북한과의 대화를 신뢰해야 한다"며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 평화를 더디게 만든다"고 했다. 결국 스웨덴 국민들을 향해 남북대화에 우려를 표명하는 우리 국민들을 '대화를 불신하는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이 '평화를 더디게 한다'는 말을 한 것이다. 김원봉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라며 달궈놓은 아궁이에 기름을 부운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국빈 방문한 스웨덴 의회 연설에서는 "반만년 역사에서 남북은 그 어떤 나라도 침략한 적이 없다.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눈 슬픈 역사를 가졌을 뿐"이라고 표현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 "내 고향 부산과 헬싱키가 더욱 가까워져"
 
핀란드 방문 중 문 대통령은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부산-헬싱키간 직항노선 신설에 합의한 후 기자회견에서 "국빈방문을 계기로 내 고향 부산과 헬싱키가 더욱 가까워지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선, "내 고향 부산"이란 말이 네티즌들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의 고향이 거제이던 어디던 간에 전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해외에서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자기 고향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역구 출신 국회의원들조차도 자기 지역구 관련 사안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걸 삼가는 게 상식 아닌가?
 
대통령 고향 얘긴 그렇다 치더라도 '부산-헬싱키 직항노선 신설'이 기뻐해야만 할 일일까? 문 대통령은 "한국과 핀란드는 물론 유럽과 아시아 대륙이 하나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긍정적인 면만 얘기했지만 이 말 속에 부산-헬싱키 직행로가 야기할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는 경제적 관점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핀란드 항공협정
 
필자는 항공사에서 30년 이상 근무하며 항공노선권 협상과 마케팅 분야 등에서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음을 밝힌다. 항공노선 개설을 위해서는 양당사국간의 항공협정(bilateral air services agreement)을 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양당사국간의 호혜원칙(reciprocity)을 근간으로 하는 항공협정은 양국 국익의 형평을 고려하여 체결되고 개정된다. 물론 국익에는 국적항공사의 이익이 당연히 포함된다.
 
서울-헬싱키 항공노선은 1996년 11월에 체결된 '한국-핀란드 항공협정'에 의거하여 2008년 6월 핀란드항공사 핀에어(Finnair)가 단독으로 운항을 시작했다. 핀에어는 북유럽에 위치한 헬싱키의 지리적 이점을 이용한 환승(transit) 시스템을 통해 한국에서 유럽 모든 도시로 여행하는 승객들을 수송하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항공협정 체결 후 어느 한 국가의 항공사만 일방적으로 취항하는 경우에는 양국간의 균형 있는 국익을 위해 양국 항공사간 '상무협정(commercial agreement)'을 통해 세부 운항조건을 합의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부산-헬싱키 노선 개설 문제는 당사국의 주무부처와 국적항공사들간의 합의를 통해 결정할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나선 모양새다.
 
'부산-헬싱키 직항로'…무엇이 문제인가?
 
일부 언론에서는 부산-헬싱키 직항로 개설을 영남권 주민들의 숙원사업 성취라는 논조로 보도했고, 국토교통부도 "부산에서 출발하는 유일한 유럽 노선이 신설돼 영남권 주민들의 여행 편의 증진과 지방 공항 활성화를 촉진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에 반해 국내항공업계는 부산-헬싱키 직항로 개설은 "핀에어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결정"이라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영남지역과 헬싱키간의 여행객이 적어서 국적항공사들은 직항노선 운영이 불가한 반면에 핀에어는 노선구조상 영남지역에서 출발하는 모든 유럽 도시행 승객들을 헬싱키를 경유해서 운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국 국적항공사들간에 '상무협정' 체결이 안 된 상태에서 핀에어가 내년 3월 30일부터 부산-헬싱키 노선을 단독으로 주 3회 운항하게 된다면 이미 인천-헬싱키 노선을 주 7회 단독으로 운영하는 핀에어가 부산-헬싱키 노선까지 확보함으로써 전국의 유럽행 여행객들을 쉽게 끌어 모을 수 있게 된다. 결국 대통령이 나서서 핀란드에 선물을 준 셈이다.
 
이처럼 부산-헬싱키 직항노선 개설은 영남권 주민들의 편의와 우리 항공업계의 경제적 손실이라는 양날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통령이 직접 나선 것을 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부산·경남 지역 주민들에게 선물을 안겨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청와대가 굳이 "내년 총선 등 정치 일정과는 무관하다"고 덧붙인 점이 오히려 그런 의혹을 키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핀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부산-헬싱키간 직항노선 신설에 합의한 후 기자회견에서 "국빈방문을 계기로 내 고향 부산과 헬싱키가 더욱 가까워지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한·핀란드 확대회담. /사진=청와대


국익이 우선이냐 지역 편의가 우선이냐?
 
부산-헬싱키 항공 노선 개설 합의 후 문재인 대통령은 "11년 전 핀에어의 인천 취항으로 헬싱키는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EU(유럽연합) 도시가 됐고, 양국의 교류도 크게 확대됐다"고 했다. 그러나 양국의 교류 확대 못지 않게 우리 국적항공사들의 피해 또한 확대되었던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항공사 경쟁력의 핵심은 노선구조, 운임, 서비스인데 핀에어와 우리 국적항공사들의 마케팅 여건은 완전히 다르다. 헬싱키는 비행시간으로 따져서 서유럽 도시들 중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이다. 인천공항에서 서유럽 주요 도시들까지의 비행시간이 대체로 11~12시간임에 비해 헬싱키까지는 약 9시간 30분 정도이다. 다시 말해 핀에어는 한국에서 승객을 헬싱키로 수송한 후 헬싱키에서 서유럽 도시들로 환승(換乘) 수송해도 경쟁력이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항공업계 통계에 따르면 현재에도 핀에어의 인천-헬싱키간 승객의 81.4%가 헬싱키를 거쳐 다른 유럽 도시로 가는 환승 승객이라고 한다. 부산-헬싱키 노선 승객의 대부분이 인천에서 유럽행 비행기를 탑승하는 대신 헬싱키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다른 유럽도시들로 여행하는 관광객들일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일부 중앙일간지들이 위와 같은 문제점을 국익 차원에서 지적하고 있는 반면에 영남권 신문(6월13일자 부산일보)의 논조는 정반대다. "지역민은 자국민 아니냐"며 "우리나라 항공사는 모두 민영이다. 당연히 돈 되는 곳에만 영업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이 수익을 내면 거의 전부가 대주주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쉽게 말하자면, 대주주 이익을 위해 지역 주민들이 희생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고 선동 수준의 기사를 썼다. 굳이 그런 논리라면 대기업이나 대주주의 이익은 세금으로 돌아오지만 외국 항공사로 나가는 돈은 외화의 유출일 뿐이다.
 
이러니 총선용 선심이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중소도시나 오지 주민들의 해외여행 불편은 영남지역뿐만이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역 편의라는 논리만으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던 사안을 대통령 해외순방길에 서명을 했기에 영남지역을 겨냥한 '총선용 선물'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오비이락이라고나 할까? 대통령 귀국 후 며칠 뒤 국토교통부 장관과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지사가 동남권 신공항 관련 면담을 한 뒤 "동남권 관문 공항으로 김해 신공항이 적정한지 총리실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그 결과를 따른다"는 합의문을 내놓았다. 해외 전문회사에 용역까지 맡겨가며 '김해공장 확장'으로 결론이 난 사안이 총선을 앞두고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것이다. 이 문제도 직항로 문제와 함께 총선용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동남권 신공항 논란은 2003년 1월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인 때부터 시작되어, 2009년 이명박 대통령 당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로 후보지가 압축되었다가 밀양을 미는 TK와 가덕도를 미는 PK간의 갈등이 격화되자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이 동남권 신공항 계획을 백지화했다. 그 후 2016년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답이 '김해공항 확장'이었던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소속 부산, 울산, 경남 지역 단체장들이 자체 검증단을 꾸려 김해 신공항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거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고, 결국 총리실을 앞세워 재검토하기로 다시 결정한 것이다. 탈원전 정책에서 보고 있듯이 막대한 세금이 들어가는 국책사업을 정권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좌지우지하며 혈세만 축내고 있는 것이다.
 
국익이나 지역 편의보다 총선 표(票)가 우선?
 
최근 부산광역시는 "AIR TERMINAL B"라는 캐치프레이즈로 김해공항 확장안을 반대하는 홍보행사를 해운대(6.13~6.15)와 광화문광장(6.20~6.23)에서 벌였다. 그리고 6월20일 영남권 관문공항 문제를 총리실에서 다시 검토하고 관련 지역단체장들은 그 결과에 따르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소위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산-헬싱키 직항로 개설이나 영남권 관문공항 문제 등 일련의 결정들이 일단 내년 총선까지는 우선 민심을 얻고 보자는 계산으로 이뤄진 것 아닌지, 국익은 안중에 없고 지역 편의는 명분이고 목표는 총선 표(票)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가?
 
미국 서부영화의 총잡이들이 떠오른다. 잽싼 총잡이들은 결국 더 잽싼 총잡이들 총에 하나씩 죽어간다. 정치판의 총잡이들은 국민이 키운다. 그 총잡이가 악한이던 보안관이던 그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이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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