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는 싸운다. 참 진절머리나게 싸운다. 가만히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면 아무리 정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쯤은 궁금해질 정도다. 뭐 때문에 이들은 이렇게 서로 못죽여 안달일까? 툭하면 싸우고,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뭔가 대단한 것인냥 치고박고 하고 있는 걸 보자니, 이쯤되면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는 게 자신의 소명의식으로 삼는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사실 진보와 보수가 싸우는 건 그리 신기한 일은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갈등은 본성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현대 인류가 어떻게 진화했는가? 약 200만년전 인간에게 이성이 발현되었고, 이성의 발현은 인간을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다른 존재와 구분시켰다. 이성을 갖게된 인간은 스스로를 이해했고, 스스로를 이해한 인간은 외부세계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념이라는 건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자기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해하는 것, 이게 바로 이념 아니겠는가? 타고나기를 누군가는 외부 세계보다 자기 자신을 바라보고자 하고, 또 누군가는 자기 자신보다 외부세계를 바라보고자 한다. 이렇게 이념은 양 극단에 보수와 진보로 세워지게되었다.
진보와 보수가 싸우는 건 본성적인 것이다. '양 극단은 통한다'라는 말처럼, 진보와 보수라는 본성적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보니, 서로 다름을 인정하며 갈등을 받아들일 때 정반합으로 균형을 맞출 수 있게된다. 자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진보와 보수의 갈등이 당연한 것이라고 한다면 보수와 진보 중 잘못된 쪽이 있을까?
오히려 잘못된 게 아니라, 서로 다른 거 아닐까? 물론이다. 진보와 보수는 누가 맞고 틀리고의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다름의 문제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중요한 점이 있다. 진보와 보수는 다름의 문제이지만, 진보와 좌파는 구분되어야 한다. 분명히 좌파는 잘못된 것이다.
진보와 보수라는 본성적 갈등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1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노동위원회출범식'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어떻게 이런 극단적인 주장을 할 수 있는지 반문하기 전에 좌파가 무엇인지 규정할 필요가 있다. 좌파를 규정하는 수많은 개념들이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좌파는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한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은 민주주의국가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얼핏 보기에는 그게 그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는 크나큰 차이가 있다. 민주주의는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식의 다수결의 원칙을 신봉한다. 어떤 이들은 단순히 다수의 행복이 소수의 행복보다 좋은건데 뭐가 문제라는 것인지 생각할 수 있지만, 다수의 행복이 곧 정의의 증표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다수의 행복을 소리치며, 소수의 행복을 무시해버리는, 소수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비극적이게도 인류는 이러한 위험을 주지했지만 경계하지 못했고, 그 결과 우리는 수많은 ‘민주주의’자들이 소수를 다수의 이름으로 희생시키는 모습을 목도해왔다.
인류는 그렇게 수많은 이들의 피의 희생을 통해 '자유'라는 두 글자를 민주주의 앞에 붙일 수 있었다. 그런데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어떻게 다수와 소수 모두의 자유를 지킬 수 있는가? 다수와 소수는 이율배반적이라, 다수를 위하는 건 소수에 반하는 것이고, 다수에 반하는 것은 소수를 위한 것인데, 어찌 둘의 자유 모두를 지킬 수 있다는 말인가?
답은 간단하다. 다수와 소수가 모두 조금씩 서로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면 된다. 그렇다면, 희생의 기준은 무엇인가? 서로가 서로를 위해 자기 스스로를 어느정도 희생해야 되는지 누가 정했다는 것인가? 기준은 정해져있다. 바로 법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법에 의해서 다수가 소수의 자유를 그리고 또 소수가 다수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체제를 의미한다. 법이 없는 자유민주주의는 공허하고, 자유민주주의 없는 법은 폭력적이다. 나는 앞서 좌파는 다른 게 아니라, 잘못된 것이라 하였다. 이들이 잘못된 이유는 간단하다.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법치를 무시하는자, 소수보다 다수의 자유를 중시하는자, 다수보다 소수의 자유를 중시하는자, 이들이 바로 좌파이고, 이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적이다. 정말로 이 대한민국에 좌파가 있는가? 내 답은 확고하다. 있다. 나는 앞으로 이것을 증명하고자 한다. 누가 좌파인지, 그리고 좌파가 어떤식으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파괴하는지 살펴보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해야할 일이다. /성제준 객원 논설위원
[성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