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행동주의펀드 KCGI가 최근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한 델타항공에 “지분 취득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이냐”고 질의했다. 한진칼의 2대 주주인 KCGI는 그동안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하며 총수 일가를 견제해왔지만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모든 게 어그러지게 됐다.
2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달 28일 델타항공에 △한진그룹 총수일가의 각종 사건 진행 상황 △올해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정기 주주총회 표 대결 경과에 대해 알고 있는지 △한진칼 지분 취득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질의했다.
앞서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의 대주주인 한진칼의 지분 4.3%를 매입했다. 델타항공은 추후 규제 당국의 승인을 얻어 한진칼의 지분을 10%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 한진칼의 지분은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 등 특수 관계인 지분이 28.93%로 가장 많다. 델타항공이 예고한대로 한진칼 지분율을 10%까지 늘리게 되면 조 회장의 우호지분은 40%에 육박하게 된다.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KCGI의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KCGI는 그동안 한진칼의 지분 15.98%를 보유하며 총수 일가의 ‘위협 세력’으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총수 일가의 우호지분이 늘게 되면서 향후 있을 표 대결에서의 우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뿐만 아니라 KCGI가 보유한 한진칼의 지분 또한 ‘손실’로 이어졌다. 앞서 경영권 분쟁 효과로 급등했던 한진칼 주가는 두달여 만에 40%(고점 대비) 급락했다. 두달 전까지만 해도 5만원을 바라보던 주가가 3만원 선으로 떨어진 것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한진칼과 KCGI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될 조짐이 보이자 ‘주가 조정’이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내년 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주가가 반등할 수 있지만, 급락했던 주가가 안정을 찾았다는 평가다.
이에 KCGI는 “KCGI가 한진칼 지분을 취득했음을 최초로 공시한 2018년 11월 15일부터 2019년 6월 20일까지 한진칼의 주가는 60% 이상 상승했지만, 델타항공의 발표 이후 한진칼의 주가는 30%가량 급락했고 한진칼 주주들은 큰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KCGI가 한진칼의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존재하는 한편, KCGI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하락해 평가 손실 가능성이 높고, 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환 압박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우세하다.
또 KCGI의 주식담보대출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펀드 만기 이전에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델타항공의 등장으로 KCGI가 코너에 몰렸다는 진단이다.
반면 우여곡절 끝에 ‘경영권 위협’이라는 큰 산을 넘은 조원태 회장은 경영 활동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를 이끌며 국제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한 조 회장은 최근 11조 원 규모의 최신 항공기 도입을 결정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일부 국제선 노선에서 일등석을 없애는 등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달 3일 IATA 연차총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근 여러 가지 이슈로 (경영 전반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지 못한 점이 있다”며 “이제 다 끝났으니 회사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