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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에 발목 잡힌 제주도 제2공항 건설

2019-07-04 10:3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항공경영학

세상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있을까. 모든 것은 변한다. 환경도 마찬가지다. 기업이나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사회도 발전하려면 환경에 맞서기 보다는 적응해야 한다. 그러나 바꾸는 것은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지금이 편하기 때문이다. 변화에는 늘 거부감이 뒤따르는 이유다.

송두리채로 바꾸는 것은 혁신(革新)이다. 가죽(革)을 벗겨내서 새롭게(新) 만드는 만큼 혁신에는 고통에 뒤따른다. 혁신성장을 표방하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도 새삼스러운 건 아니다. 성공적인 기업들은 모두 낡은 틀을 깨는 혁신을 통해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인류문명의 진보도 혁신의 과정이다.

제주공항은 항공기 지연 최악의 공항

공항 문제로 제주도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늘어나는 관광객들이 환경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제주공항의 혼잡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제주공항의 운항스케줄이 가장 불안정하다. 기상악화도 원인이지만 빠듯한 공항의 슬롯이 주된 이유다. 활주로가 한 개밖에 없는 혼잡공항에서 평균 1분 43초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한번 이착륙에 차질이 있으면 다음 항공편의 지연으로 이어진다.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인천공항도 낮은 정시성으로 고민하지만 5.7%인 지연률은 16.1%에 달하는 제주공항에 비하면 오히려 양호하다. 제주공항의 정시성은 최악이다.

한마디로 제주도의 항공인프라는 취약하다. 그래도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항공편당 승객 수도 2015년 평균 153명에서 작년 170명으로 늘었다. 최근의 관광객 감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탑승률은 작년에 평균 88.2%를 기록했다. 그래서 제주노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황금노선이다. 승객이 넘치다보니 거리에 비해 비싼 운임을 받는다.

LCC의 운임도 성수기에는 대형항공사의 운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르는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연중 북새통인 공항의 이용객들의 불편과 손해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공급자가 돈을 버는 만큼 수요자들의 편익은 줄어드는 곳이 바로 제주노선이다.

제주공항의 혼잡은 공급이 수요를 못 따르는 수급불균형 때문이다. 연중 북새통인 공항의 이용객들의 불편과 손해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공급자가 돈을 버는 만큼 수요자들의 편익은 줄어드는 곳이 바로 제주노선이다. /사진=미디어펜


환경단체의 개입으로 20년 숙원사업 빚 바래

2015년 정부는 신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공항의 확충은 제주도의 20년 숙원사업이었다. 4조 8천억원이 투입될 대형국책사업은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까지 통과했다. 신공항을 모두가 반기는 건 아니다. 공항후보지의 주민들은 이주와 소음피해가 걱정이다. 해당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만족할만한 보상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성 있는 대화와 설득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업은 빚을 바랬다. 피해지역의 조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환경단체가 가세한 것이다. 환경훼손 문제는 시작에 불과했다. 시민단체가 지역주민들과 제2공항반대 범도민행동단체를 구성했다.

반대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주민들 간에 갈등도 노출되기 시작했다. 시민단체에 정치 활동가들의 참여는 결국 사업의 기대를 우려로 바뀌었다. 이들 단체는 2009년 환경파괴를 이유로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반대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비리의혹은 늘 세간의 주목을 끈다. 사업주체가 국가이고 의혹의 대상이 지역사회의 문제라면 관심은 증폭된다. 제2공항 후보지 선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3년이 지나면서 비리의혹은 지역사회에서 먹혀들었다. 제기된 의혹이 해소되는가 하면 또 다른 의혹이 만들어졌다. 세간의 관심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지역사회가 의혹의 프레임에 갇힌 것이다.

단 한명의 희생자도 없었던 또 다른 광우병파동이 지금 제주도에서 연상되는 이유다. 공항을 새로 짓는 것보다 지금의 공항을 확충해서 쓰면 된다는 막연한 기대감에다 변화를 싫어하는 지역민들의 거부감도 더해졌을 것이다. 공항의 협소한 부지와 소음피해의 확대는 해법이 아닌데도 말이다. 

최근의 재조사 용역결과도 후보지 선정에 문제점 발견 못해

반대 측의 주장은 두 가지다. 첫째, 공항건설로 인한 환경훼손과 과잉관광에 대한 문제다. 환경을 훼손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방향을 잘못 잡았다. 공항건설로 소중한 관광자원이 훼손되고 과도하게 관광객이 유입된다는 주장이지만 공항의 환경문제는 소음과 탄소가스 CO2 배출이 핵심이다.

1992년 영종도가 인천공항 후보지로 결정되었던 당시에도 환경단체는 토사채취와 간석지 매립에 따른 환경훼손, 해무 등의 문제점을 들어 반대했다. 그리고 관광객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면, 제주도 스스로 관광의 콘텐츠를 개선하면 된다.

도민 혜택의 부여, 사업장 규제, 관광서비스의 품질개선은 지자체의 권리이고 책임이다. 정부가 건설과 운영을 맡아주는 항공교통의 인프라를 처음부터 부정하는 것은 지역민의 3분의 1일 관광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차려주는 밥상을 미리 걷어차는 셈이다.

둘째, 후보지 선정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는 지적에는 지난 정부의 정책에 대한 환경단체의 불신이 느껴진다. 국토부는 작년에 반대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검토위원회를 구성했다. 용역기관을 새로 선정해 사업의 타당성을 재조사했지만 현재의 후보지를 바꿀만한 문제점은 없었다. 그러나 재검토용역의 결과는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 5월 프랑스의 공항설계그룹인 ADPi의 보고서로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반대측의 요구로 ADPi와의 비공개약속을 깨고 원본을 공개한 것이 빌미였다. 대입논술시험의 답안지를 공개한 셈이다. 채점자의 정성적인 평가기준을 설명한다고 탈락자들의 불만이 해소되지는 않는다.

반대위에서는 ADPi 보고서 은폐의혹을 들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까지 했다. 민주적 절차를 들어 의혹을 제기하지만 이는 전문가영역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그동안 여당대표의 공개요구를 포함해 수차례나 거절했던 것은 전문기관의 정성적 판단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14개 지방공항 가운데 제주공항의 운항스케줄이 가장 불안정하다. 기상악화도 원인이지만 빠듯한 공항의 슬롯이 주된 이유다. 활주로가 한 개밖에 없는 혼잡공항에서 평균 1분 43초마다 비행기가 뜨고 내린다. /사진=미디어펜


공항건설에 대한 항공전문가들의 판단 신뢰해야

결국 공항후보지 선정에 대한 검토위원회는 결국 지난달 17일 성과 없이 끝났다. 각종 의혹에 대해 찬반 양측이 모두 해명하기도 수용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예측된 수요는 정확한가. 훈련공역과 조류충돌은 왜 검토과정에서 빠졌는가. 공군부대의 이전을 염두에 둔 것 아닌가. ADPi의 자문에 왜 따르지 않았는가. 제주공항 확장안과 신도후보지는 제외된 이유는 무엇인가.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부풀려지면서 제2공항에 대한 지역의 갈등은 골은 깊어졌다. 공항건설을 책임진 국토부와 신공항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제주도의 적극적인 해명과 소통이 늦게나마 절실한 이유다.

공항은 여행이 시작되고 끝나는 교통의 중심이다. 제주도에서 공항은 지역민들에게 공항 이상의 의미가 있다. 제2공항을 지어 넘치는 관광객을 흡수하는 보조공항으로 활용하고, 개항 60년이 지난 현재 제주공항의 업그레이드를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현재에 안주하기 보다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고 적응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제주도의 관광산업이 발전한다.

교통인프라의 확충은 미래에 제주도민들이 향유하게 될 삶의 질을 높일 것이다. 2025년으로 예정된 제2공항의 건설이 늦어질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제주도민에게 돌아간다. 지금의 제주도 지역사회는 환경의 변화와 혁신을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항공경영학

[허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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