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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 업계는 '생존' 아우성인데…당정청은 '만만디'

2019-07-04 11:23 | 조한진 기자 | hjc@mediapen.com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일본이 정보기술(IT) 산업에 필요한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 가운데 사태를 바라보는 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당장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 몰리고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은 약효가 불확실한 중장기 처방전만을 들이밀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일본이 이날부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감광제),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의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이 조만간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최악의 경우 생산 중단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경우 차세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경쟁력에도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에 필요한 물질 수백여가지 중 하나만 부족해도 제품이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로) 정말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 특히 차세대 제품 생산과 개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입선 다변화와 소재 국산화도 현실적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특히 차세대 제품 제조에 고품질 소재가 절실한 상황에서 일본산 제품을 제외하면 대안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일부에서 같은 소재라고 언급되는 것도 ‘스포츠카와 경차’ 수준의 차이가 있다고 업계는 설명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특수 소재의 경우 자금을 투자한다고 해서 단시간 내에 개발에 성공하고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일부 특수 소재의 경우 당장 일본에서 판매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답이 없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은 대한국 견제 수위를 더 높일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스마트폰·디스플레이에 사용하는 소재·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한 데 이어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에 따른 우대 대상인 ‘화이트 국가’ 리스트에서 조만간 한국을 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검토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소재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대응책을 제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일본이 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WTO 제소를 비롯한 상응한 조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했다.

전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는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 방안과 관련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 수준의 집중투자를 현재 추진하고 있고, 이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계와 관련 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하반기에 공장이 멈출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뜬구름 잡는 식의 대처’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작업까지 해가면서 선택한 작전으로 보복을 해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직격탄을 날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부와 정치권이 만든 문제를 기업에게 해결하라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며 ”실마리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사태가 장기화 될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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