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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직원도 사람”…금감원 '소비자보호'의 그늘

2019-07-04 14:59 | 김하늘 기자 | ais8959@mediapen.com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민원을 넣겠다며 협박은 기본이고, 칼로 찔러서 죽이겠단 얘기도 듣는걸요”

금융감독원이 중시하고 있는 ‘금융소비자보호’를 명분으로 하는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

민원을 빌미로 보험사 보상판매직원들의 감정노동을 극으로 모는 일부 금융소비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전문가는 금감원에서 민원에 대해 양적인 평가보단 질적인 평가를 반영해 소비자 보호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1분기 금융민원 발생 및 처리 동향’/표=금융감독원



4일 금감원이 발표한 ‘2019년 1분기 금융민원 발생 및 처리 동향’에 따르면,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은 총 1만9226건이다.

이 가운데 보험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1만1818건으로 전체 민원의 61.3%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역시 보험 민원 비중이 61.7%로 가장 많았다. 금융 민원 가운데 단순 불만이나 업무 처리 개선 요청 등을 제외한 분쟁 민원 건수는 2만8118건으로, 전년보다 11.6% 늘었다. 특히 암보험과 즉시연금 분쟁 민원이 늘면서 보험 권역에서 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사 종합검사 평가 항목으로 △민원 건수와 민원 증가율 △보험금 부지급률 △계열사와 거래 비율 등을 제시하는 등 보험사의 민원을 집중 조명하기 시작했다.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소비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민원 처리 과정에서 파악된 불합리한 사안을 감독·검사업무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감원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민원을 중점적으로 점검하자 이번엔 보험업계의 보상판매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보험사 보상직원들의 고충을 알리며 이들의 인권을 보호해달라는 청원글까지 작성됐다. 

본인을 자동차 보험사 보상직원이라고 소개한 그는 “민원인들이 불합리하거나 억지주장을 하면서 금감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협박한다”며 “갖은 욕설과 괴롭힘 등으로 공황장애와 불면증 등을 시달리고 있고, 때로는 신변의 위협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아무런 대책이 없으며 민원이 무서워 지급하면 안되는 보험금마저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상직원들의 인권도 생각해달라”며 간청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민원인들의 욕설과 협박이 도가 지나치지만 민원 자체가 보험사 입장에선 타격이 크기 때문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죽이겠다는 협박 등을 하는 민원인들이 더러 있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보상직원들이 많다”며 “금융사에서 고객을 상대로 법적인 조치 등을 취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원 하나하나가 보험사 입장에선 타격이 크다”며 “단순 질의만으로도 민원 평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업계 전문가는 금감원이 접수되는 민원 자체를 건수로만 처리하다보니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민원에 대한 내용을 파악해 피해 사례와 해결 내용을 중심으로 파악하는 등 내부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며 “소비자 민원을 해결하는 방법 등에 대해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금감원에서 소비자보호만 중점적으로 얘기하다보니 보험사 직원을 상대로 하는 협박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 것 같다”며 “민원건수보단 질적은 측면을 반영해 소비자보호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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