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샤틀레역 인근에 있는 파리바게뜨 프랑스 1호점 샤틀레점./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김영진 기자] 얼마 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현지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직접 목격할 기회가 있었다. 직접 찾아가 보기도 했고 간접적으로 전해 듣기도 했다.
파리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현지 전략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기업은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감추고 철저히 현지인을 공략하기도 하고 또 다른 기업은 여전히 교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먼저 SPC그룹이 2014년 파리에 진출하며 선택한 것은 철저한 '현지화'였다. 파리바게뜨 1호점은 파리 1구 지하철 샤틀레역에 자리 잡고 있었다. 샤틀레역은 프랑스 현지인뿐 아니라 관광객들로 붐비는 파리 중심가이다.
그래서인지 파리바게뜨 1호점에는 한국인들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고 고객 대부분이 파리지앵이었다. 프랑스인들도 파리바게뜨 1호점이 한국 브랜드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단지 빵을 매장에서 직접 만들고 맛있기 때문에 방문하고 있었다. 한국 브랜드인지 알아도 제빵사가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개의치 않았다. 파란색의 파리바게뜨 간판은 이곳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파리 마레지구에 있는 한섬의 편집샵 '톰그레이하운드'./사진=미디어펜
패션기업 한섬에서 전개하는 편집샵 '톰그레이하운드'도 현지화 전략을 택했다. 이 매장이 입점한 곳은 예술가들과 건축가들이 많이 모여 산다는 마레 지구에 있다. 다만 한섬은 '시스템'이라는 브랜드를 파리에 소개하며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숨기지 않고 강점으로 내세웠다. '시스템'은 파리에서 신생 브랜드지만 한국에서는 30년 가까이 된 '메이드인코리아' 브랜드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패션의 퀄리티가 절대 떨어지지 않다는 점을 파리에서 알리고 있었다.
다만 신세계가 파리에서 전개하는 '분더샵'은 파리에서 고가 전략을 택했다. 신세계는 파리 진출에 앞서 '분더샵 콜렉션'을 런칭, 파리 럭셔리 백화점으로 손꼽히는 봉마르셰 백화점에 입점했다. '분더샵 콜렉션'은 한국 브랜드의 정체성을 숨기고 생산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봉마르셰에 걸려있는 분더샵 콜렉션 제품은 상하의 총 13벌에 불과했다. 브랜드도 행거 위에 자그맣게 노출돼 있을 뿐이었다.
세계 최고의 백화점에 입점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으나 한국 브랜드인지도 모르고, 고객도 찾지 않는 브랜드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또 세계적인 명품들은 모두 그 브랜드의 태생을 소중히 생각한다. 불가리는 로마, 티파니는 뉴욕 등 브랜드의 태생적 정체성은 매우 중요하다.
파리의 대형마트 오샹의 주류 코너. 이 수많은 주류중 한국의 술은 없었다./사진=미디어펜
하이트진로의 유럽 진출 역시 갈길이 멀어 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을 파리에 소개하며 한국의 술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500명 이상의 현지인을 초청해 파티를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참이슬은 까르푸나 오샹 등 현지인 채널에는 입점하지 못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파리지앵이 주로 찾는 '메인스트림'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는 하나,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음식에 따라 술(와인)을 달리 먹는 프랑스에서 언제쯤 통할지는 모를 일이다.
하이트진록 측은 파리 내 한식당에는 참이슬이 모두 입점했다고 말했으나, 파리의 모 한식당에는 참이슬 대신 롯데주류의 처음처럼만 취급하고 있었다./사진=미디어펜
아모레퍼시픽 역시 파리에서 영업하고 있으나,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 배경으로는 '네트워킹의 문제'가 지적됐다. 직원들의 이동이 너무나 빈번하다는 것이다. LF의 경우는 파리에 지사가 있으나 한국 브랜드를 파리에 선보이는 게 아닌, 유럽의 제품을 국내에 수입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미디어펜=김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