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규형 명지대 교수 |
자신들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사람들에게 “수구꼴통”이란 비방을 했던 수구(守舊)좌파권 사람들이 명예훼손으로 처벌된 경우는 없다. 만약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수구꼴통”이란 옳지 않은 비난을 수도 없이 들은 언론인 조갑제 대표는 수백억을 벌수도 있을 것이다. 일례로 최근에 문창극 총리내정자는 “친일 반민족주의자”라는 터무니없는 음해를 받기도 했다. 나중에 문내정자가 독립유공자의 자손이며 강연내용도 친일반민족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음해한 사람들이 머쓱해진 일화를 기억할 것이다.
고법은 또한 종북의 의미를 “조선노동당을 추종하는 사람들”이라고 매우 협소하게 해석했다. 이미 사회적으로 “종북”은 “북한을 추종하고 편드는 것 또는 그러한 성향”이란 해석이 통용되고 있다. 요번 2심 판결은 종북의 정의를 위와 같이 넓게 잡은 1심의 판결과도 배치된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의 해산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위헌정당 판결을 내린다면 이번 고법의 판결은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더군다나 종북의 의미를 통상적인 넓은 범위로 잡았을 때, 이정희․심재환 부부는 물론 통진당 전체가 종북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 여러 예들이 있지만 필자의 뇌리에 깊이 박혀있는 장면은 심씨가 KAL기 폭파사건의 범인인 김현희에 대해 북한정권의 허위주장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충격적인 MBC 방송 발언 장면이었다. "김현희는 (남한이 만들어 낸) 완전한 가짜이고, 절대로 북한에서 파견한 공작원이 아니다.“
사실 “종북”이란 용어를 제일 먼저 사용한 것은 다름 아닌 좌파권의 민중민주(PD)계였다. 참고로 1980 중반~90년대 초반 벌어진 소위 담론(談論)투쟁이라 불리어진 노선투쟁에서 진성(眞性) 종북인 NL(민족해방)주체사상파가 비(非)종북노선인 PD파에게 압승을 거두고 “천하통일“을 이룬 것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한다.
민주노동당과 통진당에서 PD파가 당내 주류인 NL파를 비판하고 당에서 뛰쳐나오면서 정당을 따로 만들 때 강하게 자주 사용했던 용어가 바로 NL파의 “종북주의”였다. 그렇다면 앞으로 법원은 종북논쟁의 원조인 현 정의당 구성원 등도 전부 명예훼손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법원은 그럴 자신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수정돼야 마땅하다.
▲ 서울고법이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와 그의 남편 심재환씨에게 대해 종북이란 말을 쓴 변희재씨에게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은 상식에서 벗어났다는 게 중론이다. 처벌도 이중잣대라는 비난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좌파들이 조갑제 씨등에게 수구꼴통이란 비방을 한 것은 처벌하지 않고 있기"때문이다. |
종북논쟁을 얘기하다보니 얼마전 항소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통진당 이석기 의원이 떠오른다. 그는 내란선동에서 유죄를 받고 내란음모에선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받았지만 마치 전체적으로 무죄인 것처럼 주장하며 여론을 오도한다. 재판부는 제보자 증언의 신빙성을 인정했지만 이석기는 제보자를 “국정원의 프락치”로 비하하면서 그의 증언이 허위라고 억지를 부린다.
그는 과거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지도급 멤버였다가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근년엔 여러 회합에서 대한민국의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를 선동했다. 인류역사상 최악의 전체주의 국가 중 하나인 북한체제의 국가이념이자 종교인 주체사상을 신봉했고 대한민국에 대한 테러를 선동했다는 것만큼 종북의 강력한 증거가 어디에 있겠는가?
변희재에게 손해배상을 명령한 고법의 논리에 따르면 이런 사실들은 단지 주체사상에 호의적이고 테러취향이 있다는 것이지 “조선노동당을 추종하는 사람”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라고 강변할지도 모를 일 아닌가? /강규형 명지대 교수
(이 글은 조선일보에 게재된 것을 수정, 증보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