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건조에 성공한 세계 최대 크기(2만3000TEU급)의 컨테이너선. /사진=삼성중공업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삼성중공업이 서울에서 대전까지 한 줄로 늘어선 길이 400m, 폭 61.5m 규모 컨테이너 전체를 한 번에 운송할 수 있는 선박을 성공적으로 출항시켰다. 하반기 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프로젝트에서도 수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삼성중공업이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수주 쏠림 해소와 함께 지난해 수주목표 부진을 떨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성중공업은 스위스 해운선사인 MSC로부터 2017년 9월 수주한 2만3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6척 중 첫 번째 선박 건조를 계약일보다 3주가량 일찍 완성해 지난 6일 출항했다고 8일 밝혔다.
'MSC GÜLSÜN'(굴슨)으로 명명된 이 선박은 길이 400m, 폭 61.5m, 높이 33.2m로 20ft(피트) 컨테이너 2만3756개를 한 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건조된 컨테이너선 가운데 가장 큰 선박이다.
또 이 선박은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차세대 스마트십 시스템 ‘에스베슬’이 탑재된 것은 물론 향후 LNG 연료 추진선박으로도 개조할 수 있도록 설계한 친환경 스마트 선박이다. 에스베슬은 선박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연료 소모량을 절감할 수 있는 항로계획을 수립해 경제적인 운항이 가능하다.
삼성중공업은 하반기 발주 예정인 초대형 컨테이너선에 공을 들여 메가 컨테이너선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마린코프는 이달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9척에 옵션물량 2척 발주에 대한 용선계약서를 세계 주요 선주에게 발송했다. 11척 입찰 규모는 약 17억달러(약 2조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선박은 LNG와 중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이중연료 추진선으로 황산화물 저감장치(스크러버)를 탑재한 사양이다. 입찰 가능성이 있는 조선사로는 국내 조선 3사와 중국 후등중화조선, 양자강조선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노르웨이 해운전문매체 트레이즈윈즈는 보도했다.
세계 5위 규모 컨테이너선사 독일 하파그-로이드는 2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을 발주 요청할 예정이다.
업계는 국내 조선 3사의 수주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LNG 연료 추진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기술·건조경험 측면에서 중국, 일본 등 경쟁국 대비 우위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5년 일본 MOL로부터 2만1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수주하며 세계 최초로 2만TEU급 컨테이너선 시대를 연 삼성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전 세계에서 2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을 갖춘 조선사다. 지난해 9월에는 현대상선으로부터 5척을, 2017년에는 스위스 선사로부터 6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한 바 있다.
하반기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에 성공할 경우 LNG선에 편중된 수주 불균형도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무역분쟁과 2020년 황산화물 규제 등으로 지난해보다 컨테이너선 투자가 줄어들며 올해 현재까지 1만2000TEU 이상 컨테이너선 발주량은 57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 줄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삼성중공업의 올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누적 수주는 단 한척도 없다.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와 1억2000만달러(1348억원) 규모 특수선을 각각 1척씩 따냈다. 이와 달리 올 상반기 발주된 대형(17만㎥급 이상) LNG 운반선 24척 중 삼성중공업은 10척(42%)을 수주했다.
여기에 삼성중공업은 54억달러(약 6조3000억원) 규모 LNG 쇄빙선 설계 프로젝트에서도 전체 발주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컨테이너 수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LNG선 발주 심리가 위축될 경우 전체 시황이 흔들릴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어 이번 하반기 수주 경쟁으로 우려를 일부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예인수조 등 각종 시험설비와 우수한 연구 인력을 토대로 컨테이너선의 대형화를 주도해 왔다"며 "올해 하반기 발주 예정인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적극 공략해 메가 컨테이너선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계속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