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가 일본의 반도체 제품 원료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며 반입을 거부한다고 밝혀 '정치놀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외교·통상 갈등으로 일본이 플루오린 폴리미드·리지스트·에칭가스(고순도 불화 수소)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령을 내리자 수퍼연합회는 일본산 불매 운동에 동참해 동네 수퍼마켓에서 일본산 제품 반입을 거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 같은 방침의 배경엔 과거사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임원배 연합회장은 "일본의 과거사에 대해 일말의 반성과 사과도 하지 않는다"며 "치사한 무역보복으로 수출 규제를 계속 할 경우 동네 수퍼 역시 일본산 맥주 및 담배 등에 대해 철수 등 일본산 제품에 대한 전면 거부 운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연합회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마트 직원이 반품작업을 위해 진열대에서 일본 아사히 맥주를 빼내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에 따라 해당 업계는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아사히주류 홍보팀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매출의 변동을 즉각적으로 알 수는 없다"면서도 "대응할 수준은 아니지만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연합회와 반도체는 하등 관계없는 업종이기 때문에 연합회가 반도체를 빌미로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임종화 경기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연합회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는 반도체 영역을 언급하는 것은 주제 넘는 쇼비즈니스적이고 객기 부리는 것"이라며 "현 정부 정책에 궤를 같이 함으로써 한 다리 걸치겠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임 교수는 "현재 최악의 경제난 속에 진짜 배고픈 집단이라면 정치적 결정을 내릴수 없다"며 "이 같은 발언의 저의가 굉장히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연합회가 일본 물건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인다면 일본 상품 비즈니스로 먹고 사는 내국인들이 피해를 보게 돼 결국 한국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 대표는 "경제에 감정을 섞으면 망국의 길로 접어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고, 100% 지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패배가 예정된 싸움을 계속 하는 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저열한 계산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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