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등 일부 철강사는 일본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비교적 높아 일본의 무역제재 품목 확대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반면 조선업은 기자재 국산화율 비중이 높아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일본이 예고한 대로 다음 달부터 우리나라가 '백색국가'에서 빠지면 수출 규제를 받는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3가지가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본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다소 높은 일부 철강사는 확전 시 수입처 다변화 등 방안 모색을 고려하고 있다. 조선업계는 기자재의 국산화율이 높아 일본의 제재에 대한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열연강판 269만톤, 후판 124만톤, 기타 200만톤 등 총 47억달러 규모의 철강 제품 597톤이 일본에서 수입됐다.
2017년 기준 국내 철강업체의 국가별 철강 제품 수입 비중은 중국이 58%, 일본 30%, 기타국이 12%를 차지했다. 협회 관계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부분은 제품의 자체 생산을 할 수 있어 다른 업종에 비해 직접적 영향은 미미한 상태"라면서도 "자동차 등 부품용으로 쓰이는 일부 특수강 제품은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중국으로 거래선을 바꾸거나 수출을 내수로 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은 일본서 수입하는 원자재 비중이 높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국제강은 지난 1999년부터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 JFE스틸로부터 후판 생성용 슬래브를 수입해 압연을 거쳐 판매하고 있다. 일본 JFE스틸은 동국제강의 2대주주로서 계열사인 JFE스틸인터내셔널유럽을 통해 지분 14.13%를 보유하고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국내에 고로가 없어 비교적 많은 양의 후판 슬래브, 고철 등을 일본서 들여오지만 전적으로 몰려있지는 않다"며 "다만 한·일관계가 악화돼 일부 고급소재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수입 비중을 다른 국가로 분산시키는 등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자동차 강판, 후판, 형강 등 일반적인 철강 제품의 경우 일본 수입 규제 영향이 거의 없다"며 "원소재인 열연 등이 국내서 자급이 가능하고 일본서 수입하는 물량이 적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현대자동차의 수소차가 일본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제철은 현대차그룹의 수소전기차 중장기 로드맵 ‘FCEV 비전 2030’에 맞춰 수소차용 금속분리판 공급 확대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데 수소차에 사용되는 분리판 등 일부 소재는 독일과 일본기업에 의존해야 한다. 현재 연간 1만6000대 규모의 금속분리판을 양산하는 1공장 상업 생산을 시작했고 2공장 투자 검토도 진행되고 있다.
조선업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기자재의 국산화율이 높아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란 평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기존 건조 선박이나 신규 건조 선박에 대한 후판 등 공급 계약이 완료돼 당장 생산에는 손실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해외 기업결합 심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달 중 일본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5개국에 기업결합 심사 신청서를 낼 예정이다. 일본이 경제보복 일환으로 여러 단서를 달며 심사를 방해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디스플레이처럼 전량 수입하거나 수입선이 적은 업종들이 아니어서 철강·조선 전체 산업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며 “당분간 가격, 납기 수준 등에서 견제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