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준 기자] 자동차 업계 희대의 라이벌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반자율주행(ADAS) 기술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두 독일 고급차 제조사는 최고의 차를 제작한다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100년이 넘는 긴 역사 동안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며 성장했다. 서로를 넘어서기 위해 대결했던 두 제조사는 ‘반자율주행’이라는 공통 개발 목표를 설정하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벤츠·BMW 반자율주행 공동 개발 '본격화'…손잡은 '숙적' / 사진=Engadget
12일(현지시각)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벤츠와 BMW가 독일 뮌헨에 위치한 BMW 연구개발 단지 및 아우토반 현지 고속도로 등에서 반자율주행차량의 개발 및 테스트를 진행하고 2024년 레벨4 수준에 해당하는 차량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레벨4’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은 운전자가 직접 조향에 개입하지 않고 자동차 스스로 가속·감속, 차선 변경, 주차 등을 자유자재로 하는 수준이다.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하기보다 ‘탑승객’이 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를 위해 두 제조사는 약 1200명의 반자율주행 전문가를 한 대 모아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또한 독일의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도 두 제조사를 도와 기술 개발에 함께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자존심 강한 두 독일차 제조사가 함께 협력하는 것을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금이라도 먼저 신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했던 두 회사기 때문에, 반자율주행의 공동 개발 발표는 업계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벤츠·BMW 두 제조사가 현재 반자율주행 기술력 부분에서 현대·기아, 볼보보다 뒤처지기 때문에, 공동 개발을 통해 우수한 기술력을 모으고 협업을 통해 막대한 개발 비용도 절감하는 전략적인 협력 관계에 돌입했다고 보고 있다.
2019년 현재 반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은 현대·기아, 볼보로 최근 출시하는 신차에서 뛰어난 반자율주행 성능을 통해 운전자를 보조하고, 핸들을 직접 조향하는 것은 물론 차량 출발과 정지등을 차가 스스로 하는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벤츠의 경우 현대·기아, 볼보에 근접한 수준까지 반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BMW의 경우 반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실제 운전에서 활용도도 떨어지는 편이다.
벤츠와 BMW는 반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함께 도심지역에 운영 가능한 ‘로보 택시’의 개발도 함께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보 택시는 운전자 없이 운영되는 택시로 자율주행 가능한 차량이 도심의 신호체계를 인식해서 승객을 이동시키는 미래 무인 택시다.
또한 공식적인 발표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두 제조사가 궁극적으로는 완전 자율주행차(레벨 5)를 함께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분석하고 있다. 반자율주행 자동차를 함께 개발해 나가면서 전기차 등 향후 미래 자동차 산업의 전반적인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반자율주행 업계 관계자는 “자존심이 강한 벤츠와 BMW가 서로 협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며, 다양한 원천 기술을 보유한 두 제조사가 힘을 합쳤기 때문에, 반자율주행 분야의 기술력이 급속도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앞으로 반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하는 자동차 제조사가 향후 50년 자동차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이라며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벤츠·BMW는 공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다른 제조사들도 그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