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국내 보톨리늄 톡신(보톡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보툴리늄 톡신 균주 출처를 놓고 생존을 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출처 검사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와 회사 운명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이달 초 각자 보유하고 있는 포자(spore)감정을 통해 균주가 동일한지를 따지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가 이 같이 첨예한 대립양상을 띠자 해당 건을 다루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가 지난해 8월 포자감정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각 사가 가진 포자가 다를 경우, 대웅제약은 포자 도용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메디톡스의 포자를 대웅제약이 무단 도용했다는 주장이 힘을 받게 된다.
미생물이 번식하는 과정에선 포자가 뿜어져 나온다. 이에 대한 감정작업을 마치면 균주의 동일성 여부를 가릴 수 있게 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우리 균주는 국내 토양에서 자연 추출한 게 아니기 때문에 포자형성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웅제약 측은 메디톡스의 설명에 대해 "지난 2006년 용인에서 보톨리늄 톡신 생산에 필요한 균주를 검출했다"며 양측이 가진 균주가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포자 검증결과와 1심 판결은 각각 한달 내, 4분기 중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두 회사는 안방 싸움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보톡스 시장에서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도 치고 받는 중이다.
유전자 변형체가 아닌 천연형 보톨리눔 독소 A형인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미국 시장에 발을 내딛을 준비를 하자마자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 나보타(현지명 '주보')의 미국 내 판매사인 에볼루스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고, ITC는 지난 3월 1일자로 염기서열분석 등에 착수한 상태다.
한편 ITC 재판부는 15일 "대웅제약이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16일까지 명확히 소명하라"고 명령했다.
두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서 사법·행정기관을 끌어들여 이 같이 피말리는 싸움박질을 하는 이유는 보톨리늄 톡스가 차세대 먹거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2조2500억원 수준으로 전세계 보톨리늄 톡스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해 이 시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회사의 명운이 걸린 셈이다.
메디톡스는 국내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해 명실상부히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메디톡스의 기술 수입을 하는 미국 엘러간이 임상3상을 진행중이지만 별다른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웅제약에 선수를 빼앗긴 메디톡스는 '꿩 대신 닭'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메디톡스가 8~9월 쯤 식품의약품관리총국(CFDA)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이 현실화 될 경우 국내 보톨리늄 톡스 업계 중 가장 먼저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이다.
대웅제약 역시 미국시장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웅제약도 중국 내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어 중국 내 보톨리늄 톡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엘러간과 중국의 '란주'를 포함해 4개 회사가 박터지는 싸움을 할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