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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새민련 무리한 요구 자제, 민생협조를

2014-08-21 10:12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 박종운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무리한 요구는 이제 그만 하라는 국민들의 신호

4.16일 오전 끔찍한 초대형 해상교통사고인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벌써 4개월이나 지났다. 그 많은 희생자들 중에서도 특히 수학여행 가던 많은 학생들이 목숨을 잃게 돼 꽃다운 나이의 고등학생들에게 미래를 걸던 많은 국민들이 더욱 애통해했다. 4개월이 지난 아직도 10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했다. 8월 14~18일간 한국을 방문했던 교황 프란치스코도 유가족들을 위로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가슴이 여전히 애잔하고 허전하다.

세월호 사건의 수사가 이루어져서 끔찍한 초대형 해상교통사고의 대체적인 경위가 드러났다. 그리고 여야 간에 후속작업으로 세월호 특별법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새민련이 민생관련 법안들과 세월호 특별법 논의들을 연계시킴으로써 국정도 세월호특별법에 좌우되게 되었다. 새민련이 원하는대로 세월호 특별법이 처리되지 않는다면, 5000만 국민의 민생이야 어찌되든 상관이 없다는 것인가?

이러한 새민련의 조건부 민생관련 국회활동 태도 때문에 그들은 7.30보궐선거에서 11:4라는 국민들의 혹독한 심판을 받았다.

새민련은 이로 인해 '철수정치'를 철수시키고, 민생정치를 내거는 쪽으로 선회했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맡았다. 박영선 체제는 8월 7일 그 첫 조치로 세월호 특별법에서 무리한 요구들을 내려놓고 여야 합의를 이루었다. 그것도 잠시, 세월호 유가족총회의 반발과 당내 반발에 부닥치자 재협상을 요구했고, 8월 19일 재합의를 이루었다. 이것도 다시 세월호 유가족 총회의 반발과 당내 반발로 추인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는 사이에 당지지도도 김한길 대표의 서울시청앞 천막당사 시절에 이어 20%이하로 다시 추락했다.

대한민국의 민생 정치는 세월호 유가족의 무리한 특별법 요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 민생정치는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을 무리하게 연계시킨 새민련의 정치전략으로 인해 더더욱 꽉 막혀있다.

하지만 이러한 세월호 유가족의 무리한 요구와 새민련의 정치전략에 대한 국민의 반응은 점차 싸늘해지고 있다. 슬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차마 모진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게 국민정서이기 때문이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미 싸늘해진 반응들이 감지되고 있다.

   
  ▲ 박영선 새민련 원내대표가 세월호 유가족 측에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뉴시스

세월호 사건을 선거의 호재(?)로 활용했던 6.4지방선거에서 새민련은 약간 밀렸다. 미미하게나마 경고 신호등이 켜졌지만, 새민련은 이에 둔감했다. 그런 후 7.30재보궐선거에서는 ‘국민이 심판해주십시오’라는 구호 하에 세월호특별법을 더 전면에 내세웠다가 되려 호된 심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잇따른 여야합의 번복으로 지지율이 끝없이 추락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더 이상 어떤 신호가 필요할까?

무리한 세월호 특별법 요구

세월호 특별법에서 논란이 되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이다. 첫째는 유가족 및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예우로서 의사상자 지정 및 특례입학 건이다. 둘째는 유가족이 포함된 세월호진상조사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첫 번째 건은 유가족들은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아무런 논란이 될 것이 아니다.

진위 시비에 대해서 논란을 끌고 나갈 필요는 없다. 새민련 전해철 간사는 인터넷에 올려놓은 글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매우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전의원은 이어 “정부로 하여금 희생자 전원을 세월호 의사자로 지정 예우하고, 기타 피해자의 경우도 사안을 고려해 세월호 의상자로 지정하여 예우토록 할 예정입니다”라고 했다.  이를 감안하면 여론의 반응이 싸늘해지기 전에는 사정이 달랐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박범계 원내대변인도 유가족이 박영선 원내대표에게 그런 요구를 했다고 발표했다는 점을 밝혀두자.

두 번째 건은 세월호 참사가 초대형 해상교통사고이긴 하지만, 성격상 사건사고의 하나라는 점에서 검찰과 경찰을 통해서 수사 기소하는 것이 맞다. 백보 양보해서 구원파 출신의 해경국장이 섞여 있었던 사례를 우려해서 특검이 필요하다고 해도, 유가족들이 특검추천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시대의 문명질서를 크게 흩뜨리는 요구이다.

왜냐하면 지금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복수를 하는 함무라비 법전의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제3자가 수사하고 기소하도록 하는 시대이고, 인과관계가 분명한 경우 처벌을 할 수 있고 또 그 정도에 따라 처벌을 하도록 하는 시대이다. 유가족이 추천해서 수사 및 기소를 할 경우에는 자칫하면 함무라비법전의 잔혹한 시대로 후퇴할 수 있다.

물론 유가족은 이런 시대로 후퇴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세월호의 진실’을 알고 싶다고 한다. 그렇지만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이미 윤곽이 드러나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결과 보도에 따라 책임 순서를 논하자면, 이 사건은 기본적으로 첫째 항해사 조타수의 변침 잘못으로 인한 사고다. 교차로에서 상호 직진 신호가 떨어졌는데 좌회전을 하면 사고가 나는 것이 불문가지인 것과 같다.

두 번째로 변침 잘못에도 불구하고 복원력을 그렇게나 급속하게 상실한 것은 평형수 부족과 화물과적의 결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한 점검을 소홀히 한 관련자들은 다 구속되었다.

세 번째 원인은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라고 할 수 있는 유병언이 배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배를 개조했고, 돈빼내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 짓을 자행했던 유병언은 1997년 세모그룹 부도로 재기가 어려웠는데 10년만인 2007년 노무현 정권 말기에 2000억 부채를 탕감받고 재기했다는 점은 정치적 뒷배경을 의심케 한다. 그러나 그는 매실밭에서 비명횡사했다.

네 번째 원인은 먼저 도망치기에 급급했던 선장 및 선원들과 해경의 구조 부실이다. 당시 가장 먼저 도착했던 해경 123정은 맹골수도의 거센 물살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배 밖으로 나온 176명을 구조하였지만, 배 안에 있던 사람들을 구조하지 못하였다. 배 밖으로 나오라는 구조방송을 했다고 했으나 그것이 허위사실임이 밝혀졌고, 재판과정에서 배안으로 들어가서 구해내는 것을 깜박 잊었다고 해서 유가족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진한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간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구명동의나 구명보트를 타고 나온 사람들을 구조해왔던 것이 통상적인 구조활동이었던 점, 그래서인지 항구에서도 잠수에 필요했던 산소통을 가지고 오지도 않았던 점, 또 증언들에 따르면 밖으로 나오던 중 물살에 미처 못나온 사람들도 다수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이 이외에 국정을 마비시켜가며 특별법을 추진해야 할 숨겨진 또 다른 원인이 어디 따로 있는가?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를 애도했다. 이제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국민을 생각해야 할 때다

그간 국민들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 자신의 일처럼 애도했다. 국민경제가 침체에 빠질 정도로 애도분위기 일색이었다. 부모가 돌아가셔도 이렇게 오래 슬픔에 빠져있지 못한다. 돌아가신 것은 비통하지만, 그 분에 대한 기억을 마음 속에 묻고 현실의 세상을 다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네 인생이다. 세월호 참사도 그렇다. 비통하지만 마음속에 묻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고, 재발방지책 마련에 더 전념해야 한다.

이제 마비되거나 침체된 경제, 외국에 비해 뒤처질지 모르는 경제의 회생을 위해 다시 뛰자는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이제 이런 국민적 분위기를 고려해주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위로하고 애통해했건만 프란치스코교황에게 처음 위로받았다는 말로 국민들의 마음을 돌아서게 하지 말아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 관련하여 무리한 요구를 거둬들여야 한다. 나아가 더 논의할 것이 있다고 해도, 최소한 새민련에게 세월호 특별법과 민생법안의 연계를 풀라고 요구해야 한다. 그래서 국회가 민생법안을 중심으로 돌아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국민들은 나라의 돈을 허투루 쓰지 않겠다면서 검소한 장례를 추진했던, 아르바이트생이었지만 진짜 의사자로서 역할을 했던, 고 박지영 양의 부모의 태도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기억하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도 이제는 고 박지영 양의 부모처럼, 나라와 국민들을 생각하는 자세를 가져주셨으면 한다. /박종운 미디어펜 객원논설위원,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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