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지난 22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는 '건강한 일자리 가이드 제정 심포지엄'이 열렸다. 청년들로부터 외면받는 중소기업 일자리를 청년 친화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함이 목적이다. 앞으로 중소기업중앙회는 '건강한 일자리 가이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청년 일자리 미스매치 문제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청년구직자들은 급여수준과 회사 소재 위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미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청년재직자들의 경우에는 급여보다 근로시간과 더불어 조직문화를 중시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한 술 더 떠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장기재직을 유도하기 위해선 임금인상보다 조직문화 개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대기업만을 바라보는지 중소기업계는 정말 모르는 걸까. 그 이유는 유 교수의 발언에 다 담겨있다. 사람 귀한 줄 모르며, 손 안 대고 코 풀고자 하는 저열한 '좀팽이' 마인드 때문이다. 떠나려는 직원을 붙잡기엔 임금인상만한 당근도 없으며, 이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다.
물론 좌파식 소득주도성장론을 긍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원래 급여수준이 좋으면 장기재직은 그 결과로써 나타나는 법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중소기업의 평균 근속년수는 4년, 신입사원의 평균 근속년수는 2.8년이다. 이미 억대 연봉자들임에도 불구하고 돈 더 달라며 매년 파업하는 현대·기아차 노조원들이 근속년수가 20년 안팎에 달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한편 블랙기업 그 자체인 '총각네 야채가게'의 이영석 대표는 회사 게시판에 '최고의 복지는 혹사', 자서전에는 "직원은 회사에서 일을 배우니까 교육료를 내고 다녀야 하는데 도리어 돈을 받으니 도둑놈 심보 아니냐", "회사는 직원이 똥개인지 진돗개인지 모르니까 일단 급여 없이 (열정페이로) 일하게 해야 한다"는 등의 경영 철학을 진지하게 적어두기도 했다.
이 같은 마인드를 모든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공유하는 바는 아니겠지만, 중기중앙회는 유병준 교수의 입을 빌려 임금인상보다 조직문화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다. 그가 강조한 조직문화 개선은 하루 아침에 확 바뀌어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현실이 이런데도 중기중앙회는 돈 안드는 방법을 찾으려 장기재직 장려를 위한 험난한 길을 빙빙 돌아가고 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