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정치권이 ‘친일이냐 반일이냐’ 공세로 점철된 모양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한목소리를 내야 할 정치권이 프레임 싸움에만 매몰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당 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은 일본에는 저자세로, 우리 정부에는 고자세로, 이른바 ‘팀킬’을 하지 않길 바란다”며 “(경제보복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한국당은 ‘국회 빌런’, ‘추경 빌런’이 아니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왼쪽은 이해찬 대표./더불어민주당
민주당이 ‘친일 프레임’을 고리로 한국당을 비판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1일에는 한국당을 두고 ‘신(新) 친일’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한국당이 친일 세력이라는 주장을 편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한일전에서 ‘백태클’ 행위를 반복하는 것에 준엄히 경고한다”며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신 친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친일 프레임을 내세워 공세 일변도로 나오자 한국당도 “비열한 편 가르기”라며 맞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친일파라고 딱지 붙이는 게 옳은 태도인가”(22일, 황교안 대표), “저성장에 오랫동안 신음하던 일본처럼 대한민국을 일본화(化)하는 경제정책을 펼치는 이 정부가 ‘신 친일파’ 아닌지 묻고 싶다”(22일, 나경원 원내대표) 같은 식이다.
문제는 이러는 사이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국회 차원의 본질적인 대응은 요원해진다는 점이다. 당장 이날 오후 방한한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한일관계에 대해 청와대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 관계자는 “대응책을 찾아도 모자랄 정치권이 친일 논쟁만 벌이는 게 맞나”라고 혀를 찼다.
일각에서는 연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써 대일 강경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현 상황을 더 악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내놓는다. 청와대 고위 인사가 실질적인 외교적 대응은 도외시한 채 공당을 향한 친일 프레임만 고착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당도 조 수석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당 회의에서 “조 수석은 지난 12일 ‘죽창가’를 게재한 이후 열흘 동안 44건의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며 “‘개인활동’인가 했더니, 조 수석의 ‘친일·반일 프레임’이 발표되고 나서 바로 KBS에서 한국당을 ‘찍지 말자’는 보도가 나온 것을 보면 결코 우연이 아니라 잘 짜여진 프레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 역시 조 수석을 우려하기는 마찬가지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 2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직자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서 국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공직자로서 갈등을 오히려 확산시키고 심화시키는 역할은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