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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출규제 '2번 타자' 후보들 긴장…배터리·탄소섬유·기계

2019-07-26 11:53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탄소섬유 등으로 제작된 의족과 자전거/사진=효성그룹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일본이 다음달 2일 각의(국무회의)를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시 허가를 간소화해주는 우방국)에서 제외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디스플레이를 잇는 '2번 타자' 후보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선 개정안이 각의를 통과하면 경제산업상 서명, 총리 연서, 천황 공포 등을 거치며, 공포일로부터 21일이 지나면 시행된다. 즉, 이번 개정안은 이르면 다음달 하순부터 적용된다.

일본 정부는 앞서 지난 1일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강화안과 함께 화이트리스트 제외 추진 건을 발표했으며, 경제산업성이 이날부터 24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했다. 그 결과 90% 이상이 찬성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가 24일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일본 측에 전달했으며, 경제산업성은 다음달 1일쯤 수집된 의견을 종합해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는 △전기차배터리 △탄소섬유 △정밀공작기계 등을 지목 대상으로 꼽고 있다. 이들 분야는 일본의 시장점유율이 높고, 국내업체들의 대일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기차배터리 중 파우치형 배터리의 포장재로 쓰이는 '파우치필름'의 경우 일본 디엔피와 쇼와덴코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85%에 달하며, 배터리 생산 원가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그간 일본 업체들이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평균 시세보다 최대 절반 가량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단행될 경우 가격 경쟁력 저하가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이 10일 청와대에서 30대 기업 대표들과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관련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정밀공작기계 분야는 국내 기업들의 기술이 많이 올라왔고 중국·대만 제품 등으로 대체할 가능성이 있음에도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산 소재와 중간재 수입의존도가 높고 엔드유저들이 일본 제품의 유저 인터페이스(UI)에 적응한 탓이다.

이와 관련해 경남 창원시는 지난 19일 창원상공회의소, 코트라 경남 지원단, 외국인투자기업협의회, 한국전기연구원(KERI), 현대위아 등과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허성무 시장은 "이번 조치는 '기해왜란'으로 부를만큼의 위기 상황으로, 민·관이 합심해 잘 극복해야 할 것"이라며 "예비비 투입, 국내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품질 시험센터 구축, 국산화율 제고 관련 정책 마련 등을 정부에 건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탄소섬유 수출규제는 경우의 수가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완제품만 규제 대상으로 들어가면 국내 시장에는 별다른 타격이 없을 수 있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일본에서 원사에 해당하는 '프리커서를' 가져와 국내 구미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미국 또는 프랑스 도레이 현지 법인에서 원사를 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 정부가 원사 공급도 차단한다면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공산이 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수소차에 탑재되는 수소연료탱크 소재와 부품 국산화율이 90%를 넘으며, 방산·항공·토목·건축 등 다른 분야 국산화 박차의 계기가 되는 등 긍정적 요소도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효성첨단소재는 전북 전주공장에서 탄소섬유를 만들고 있으며, 내년 4월 완공을 목표로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사우디 국영석유업체 아람코와 탄소섬유공장 설립에 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사업경쟁력 강화를 지속하고 있다.

한편 이번 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국내 경제단체는 일본 경제산업성에 개정안 철회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통해 "이번 개정안은 오랜기간 양국 기업들이 쌓아온 신뢰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글로벌 밸류체인(GVC)을 교란시켜 양국 산업계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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