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신임 포스코 회장이 지난해 27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포스코 9대 회장에 오른 최정우 회장이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최 회장이 권오준 전 회장의 중도 사임으로 급작스럽게 후임을 맡았음에도 지난 1년간 원가 절감과 기업시민 이념, 신성장사업 발굴 등을 충실히 이행해 나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2년 차부터는 그의 경영 능력을 직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안전·환경, 노조 리스크, 업황 부진 등의 악재는 앞으로 1년간 헤쳐 나가야 할 선결과제로 꼽힌다.
27일 포스코에 따르면 최정우 회장은 이날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최 회장은 1983년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에 입사한 이후 감사실장,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 기획재무실장 상무, 포스코 정도경영실장 상무, 포스코 최고재무책임자 대표이사 등을 거쳤다.
재무 라인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낸 만큼 지난 1년간 그의 원가(비용) 절감 전략은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포스코는 영업환경 변화에 대비해 ‘코스트 이노베이션 2020’을 추진하며 연간 원가절감 목표를 세웠다. ‘코스트 이노베이션 2020’은 저가원료 사용기술 개발, 고효율 생산체계 구축 및 설비 고도화 등을 통해 실질적인 원가절감을 해나가는 활동이다. 최 회장은 이 일환으로 포스코기술연구원과 저가 철광석을 제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올해 상반기 6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수익성이 낮은 압축연속주조압(CEM) 공장과 합성천연가스(SNG) 사업도 중단하며 자산을 정리했다. 판매관리비 역시 지난 2017년 1조8186억원에서 지난해 1조1217억원으로 줄여나가며 ‘재무통’으로써의 장점을 톡톡히 살렸다.
이 기간은 원재료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광석 가격이 톤당 60달러대에서 88달러까지 치솟아 수익성 방어에 고심하던 때이기도 했다.
하지만 신성장사업 발굴에 대한 공격적인 선제 투자와 사업 재편은 과감히 진행했다.
그는 지난해 기존 철강부문을 철강·비철강·신성장 3개 부문으로 확대 개편했다. 잠재력이 높은 2차전지 시장을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일찌감치 눈여겨 본 최 회장은 2차전지 핵심소재인 음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켐텍과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ESM을 ‘포스코케미칼’로 합병했다.
최근 포스코케미칼은 2191억원을 쏟아 연산 2만4000톤 규모의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용 NCM622 양극재 생산설비를 늘리기 시작했다. 그는 포스코그룹을 이끌면서 2차전지 분야를 오는 203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20%, 매출 17조원 규모로 키워 그룹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지난 1년간 양극재 생산규모는 2배, 음극재는 1.6배 늘었다. 지난 달에는 포스코그룹 2차전지소재연구센터를 개소하고 전기차 주행거리 증대를위한 ‘고용량 양·음극재 제품’ 개발, 배터리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지소재 신공정기술’ 개발 등을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취임 100일이던 지난해 11월 제시한 100대 개혁과제와 ‘With POSCO(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를 앞세운 경영이념도 구체화했다.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차별 없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선순환하는 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가 이같은 개혁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 100대 개혁과제 중 최대 이슈로 꼽혔던 인력 재배치와 순혈주의를 깨기 위한 주요 보직 외부인사 대거 영입은 비교적 순탄하게 단행됐다는 분석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임직원 대표들과 기업시민헌장을 선포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최 회장은 그룹의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한 기업시민 경영이념 정립을 위한 조직적 움직임도 바쁘게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그룹의 사회적 가치창출을 위한 사업을 구상하는 기업시민실을 신설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최고경영자(CEO) 최고자문기구인 기업시민위원회를 설치했다. 지난 25일에는 '기업시민헌장'을 발표하며 경영이념을 빈틈없이 실현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기업시민헌장의 실천원칙은 △비즈니스 파트너와 함께 강건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하고 △사회문제 해결과 더 나은 사회 구현에 앞장서며 △신뢰와 창의의 조직문화로 임직원들이 행복하고 보람 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행동준거들로 구성됐다.
취임 2년째에 돌입한 최 회장 앞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부진한 업황과 안전·환경문제가 대표적이다.
철광석 값이 지난 19일 기준 톤당 121달러까지 오른 가운데 3분기에도 철광석 값은 톤당 100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철광석을 기반으로 생산하는 냉연·열연강판 가격도 잇따라 상승해 최 회장은 수익성면에서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항제철소에서는 올해만 직원 3명이 사고 등으로 숨졌다. 최근에는 포항제철소 2고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안전밸브 '브리더'를 무단으로 개방해 오염물질을 배출해 지방자치단체의 지적을 받았다.
노동조합과의 상생도 잠재적인 리스크 중 하나다.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이어오던 포스코는 창사 반세기 만에 복수노조 체제가 들어서 최 회장은 새로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