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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美日규제·수요둔화에…“정부 대응책 필요”

2019-07-31 14:36 | 권가림 기자 | kgl@mediapen.com

철강수요 위축, 일본 수출 규제, 원자재 가격 급등, 미국 관세 등 불안정한 국내외 환경으로 국내 철강업계가 올해 2분기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가운데 정부의 정치·외교적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무역분쟁으로 인한 철강수요 위축, 일본의 수출 규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으로 허덕이는 철강업계에는 미국 정부의 연이은 관세 공세까지 더해지며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같은 불안정한 국내외 환경은 올해 2분기 시원찮은 실적으로 이어지며 국내 철강사들은 풀이 죽은 모습이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에 달해 정부의 정치·외교적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4일 한국산 송유관 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관세 연례재심에서 넥스틸에 38.87%, 세아제강에 22.70%의 관세를 각각 부과키로 결정했다. 

세아제강은 지난 6월 10일 2차 최종 판정 이후 행정오류를 제기하며 당초 부과된 관세 26%에서 22.70%로 낮춰졌다. 그럼에도 지난해 14.39%에서 1.6배 오른 수치다. 넥스틸 관세는 지난해 18.77%에서 2배가량 올랐다. 

이외 업체 관세율은 지난해 대비 1.8배 오른 29.89%로 책정됐다. 이 관세율은 내년 열릴 미 상무부의 3차 연례재심까지 적용된다. 

미국은 이번 판결에서 ‘특별시장상황’(PMS)을 적용했다. 미 상무부는 생산국인 한국과 수출국 미국의 제품 가격 차이, 생산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 여부, 송유관 원료인 열연의 출처 비율 등을 고려해 매년 연례재심을 거쳐 관세율을 재산정한다. PMS를 적용할 경우 수출국의 특별한 시장 상황 때문에 조사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자료만으로 정상가격을 산정할 수 없다고 보고 상무부 재량으로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송유관은 유전에서 원유나 가스를 끌어 올리는 데 들어가는 철강재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송유관 전체 수출에서 미국향 비중은 2014년 85%에 이르렀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쿼터제 시행으로 지난해 63%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수출량도 70만톤대에서 30만톤대로 반토막 났다. 

국내 철강업체 중에서는 넥스틸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대형 철강업체들의 미국 수출 비중은 3~4%인 데 비해 넥스틸의 제품은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다. 

넥스틸은 2014년만 해도 생산량의 80%를 미국에 수출했으나 미국의 반덤핑 관세로 대미 수출 비중은 현재 60~65%로 떨어졌다. 

넥스틸 관계자는 “미국은 한국 철강시장이 정부 보조금, 중국산 원소재 사용 등 비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2014년부터 관세를 매기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산 원소재를 구입해 미국에 수출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며 대부분 국산, 일본산 원소재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 상무부의 관세 부과와 관련해 미국 국제무역법원에 소송을 내며 대응해왔지만 한계가 있다"며 "내수 비중을 늘리고 현지 진출, 수출지역 다각화 등을 지속해서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철강업계는 미국 관세 외에도 철강수요 둔화로 시름하고 있다.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무역규제에 대한 불확실성과 중국의 성장세 위축, 세계 경제 둔화 등으로 오는 2020년까지 글로벌 철강 수요는 연간 1%대의 저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의 절반 규모인 4억9200만톤을 생산했음에도 미·중 무역분쟁으로 수요 위축을 겪고 있다. 중국 경제가 둔화되며 철강 수요가 높은 자동차 시장이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역시 보호무역주의를 앞세워 수입 철강에 벽을 세웠지만 자동차 시장 부진으로 국내 철강 수요가 줄었다. 미국 최대 철강업체 US스틸과 4위 업체인 AK스틸은 수요 감소로 각각 일리노이주의 고로2기 제철소와 켄터키주 제철소 가동을 중단할 계획이다. 세계 철강 수요·생산 규모가 큰 이들 국가의 수요 둔화는 곧 국내 철강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다. 

미국의 관세부과로 제품 수출에 적잖은 영향을 받고 있는 철강업계는 일본발 수출규제 리스크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원재료 제품 고철의 일본 수입량은 전체 수입량의 60%를 웃돈다”며 “대체할 수입국은 충분히 찾을 수 있지만 유럽, 러시아 등은 제품을 들여오는 시간이 길다는 점 등 문제도 있어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요도 자동차산업, 원자재 가격 회복 지연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며 실적까지 뒷걸음치고 있다”며 “기업입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어 이번 기회에 정부가 정치·외교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15년 미국 법개정 이후 관세가 높게 책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통상에서 부당성이 있을 경우 양자 협의를 하게 하거나 기업의 제소를 도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철강이 수입 규제를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산업이다”며 “협회나 업계 관계자들과의 논의와 철강업계를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 모니터링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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