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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 올려, 전기 내려"…같은 에너지, 다른 기준?

2019-07-31 15:20 | 나광호 기자 | n0430@naver.com

가스공사 대구 본사/사진=한국가스공사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실적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요금 등락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올해 2분기 1154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655.9%나 상승한 것으로, 지난달 추정치와 비교해도 1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한 지난 8일부로 도시가스 요금이 평균 4.5% 높아지면서 향후 실적도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인상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지난해 발생한 미수금 해소를 위한 정산단가 인상요인(4.9%포인트) 및 가스공사 총괄원가 감소에 따른 도매공급비 인하요인(-0.4%포인트)이 반영됐다.

이에 따라 도시가스 전용도 평균 요금은 메가줄(MJ) 당 14.58원에서 15.24원으로 올랐다. 용도별로는 주택용 3.8%, 일반용 4.6%, 산업용 5.4% 인상됐으며, 가구당 평균 요금은 월 1329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수입한 액화천연가스(LNG) 대금 가운데 요금으로 회수되지 못한 부분으로, 실제 수입단가가 판매단가보다 높을 때 발생한다.

산업부는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 연동제 시행 지침'에 의거해 원칙적으로는 두 달 단위로 원료비를 산정하고, 변동폭이 3%를 넘을 경우 이를 반영해야 한다"며 "그동안엔 서민 물가 부담 등을 고려해 인상을 자제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전력공사 나주 본사/사진=연합뉴스



반면 한전은 올 2분기 5693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올해 개별 기준 누적 적자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자체 보고서를 이사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계획안)에는 부채비율도 지난해 98.7%에서 올해 111.8%로 늘어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2023년에도 1조4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7~8월 주택용 전기요금을 1만원씩 할인하는 여름철 누진제 완화에 따른 부담이 더해져 '고난의 행군'을 걸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제도로 가구당 평균 월 1만142원 요금이 낮아지지만, 한전은 3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김종갑 한전 사장은 '두부가 콩보다 싸다'는 주장을 펴면서 연료비 연동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낙연 국무총리와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번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2년까지 전기료 인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올해 7조6000억원을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할 방침이라는 점도 언급된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라 올해 적자의 다섯 배 이상을 투입하는데도 수익 보장이 이뤄지지 않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전은 2020~2023년 이 사업을 위해 34조1000억원을 소요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장병천 한전 소액주주행동 대표는 "한전은 전기사업법 등 관련 법에 명시된 '총괄원가'만 지켜도 손해를 볼 수 없는 회사"라며 "가스나 열 등 다른 요금은 오르는데 왜 전기료만 오르지 않는 것인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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