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 내에서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자체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에서부터 영해 바깥 수역에 핵무기가 탑재된 미국 잠수함을 배치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는 당내 핵무장론에 대한 확대 해석은 경계하면서도 ‘나토(NATO)식 핵공유’같은 핵 억지 방안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근래 한국당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핵무장론이 거론됐다. “전술핵 재배치나 자위권 차원에서의 핵 보유가 가능해야 한다”(28일, 원유철 의원), “만약 미국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받아주지 않는다면 즉각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야 한다”(29일, 조경태 최고위원), “한반도 영해 바깥 수역에 미국의 핵미사일이 탑재된 잠수함을 상시 배치하는 것을 제안한다”(31일, 윤상현 의원) 등이다.
북한이 25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조선중앙통신
급기야 북한이 31일 지난주에 이어 또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자 당 지도부까지 핵무장론을 언급하고 나섰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소속 국방·외통·정보위원 연석회의에서 “지금의 안보위협은 문재인 대통령이 자초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일각에서 논의되는 나토식 핵공유와 비슷한 핵 억지력 강화 부분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핵무장론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다. 나토식과 비슷한 한국형 핵공유 등에 대해선 NPT와 모순되지 않게 해야 한다”며 “핵무장은 다른 이야기”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한국당이 제기한 핵무장론을 두고 ‘총선용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 강경한 안보론을 꺼내 들어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 핵무장이 동북아 ‘핵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 NPT 탈퇴 및 자체 핵무장까지 추진될 경우 보수진영이 강조해 온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다.
그러나 최근 두 차례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및 영공 침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급변하면서 핵무장론이 당위성을 얻고 있다는 해석도 따른다. 단순히 ‘총선용’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대외적인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논리에서다.
이런 가운데 발표된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대의 ‘21세기 핵 억제력: 2018 핵 태세 검토보고서의 작전 운용화’ 보고서는 한국당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30일 미국의소리(VOA) 보도에 따르면 국방대는 보고서에서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일본과 한국 등 아시아 파트너국과 비 전략적 핵 능력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며 한국·일본과 이 같은 협정 체결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당 역시 국방대 보고서에 호응하며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미국 국방대 실무자들이 작성한 핵공유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