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안이 의결된 가운데 기계, 공장기계, 화학제품 등 다양한 화종을 일본에서 들여오는 해운업계에도 물동량 감소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각 사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반도체와 기계, 항공을 넘어 해운업계도 일본이 결정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불러올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그간 해상운송을 통해 운반되던 화종들이 일본 수출규제 대상으로 지정되면 일본 수출입 물동량에 피해를 입힐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해양수산부는 선사에 대한 금융 지원이나 항만 하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자구책 마련에 나선다.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안이 의결되며 업계 관계자들도 감정싸움으로 격화돼 영업에 지장을 주지 않을지 주의 깊게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출입화물은 전년 동기 대비 0.9% 증가한 831만2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수출입 물동량은 3.1% 늘며 성장을 이어갔다. 일본 수출입 물동량은 2016년 158만TEU, 2017년 159만TEU, 지난해 162만TEU로 매년 증가 추세다.
정부는 해상으로 운송되는 품목들이 수출 규제 대상으로 지정되면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상운송을 통해 기계, 공장기계, 화학제품, 생활필수품 등 다양한 화종이 들어온다"며 "수출규제 품목이 구체화되면 물동량 감소로 영업에 지장이 생길 것은 확실하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기존 계약물량이 해소된 뒤 신규 계약이 줄어들며 생길 수 있는 문제로 운송 물량은 1~2달 뒤부터 빠질 것으로 본다"며 "선사에 대한 금융 지원이나 감면, 항만 하역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점 등 다방면으로 지원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의(내각회의)를 열고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이달 하순부터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된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고순도 불화수소, 즉 에칭가스가 수출규제 대상에 오른 점도 해운업계의 긴장 요소다. 이같은 화학제품은 케미컬컨테이너 등에 싣고 해상운송을 통해 들여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에칭가스는 중국산 수입이 3003만달러로 전체의 46.3%로 가장 많지만 일본산도 2844만달러(43.9%)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난 한 달간 규제 품목에 오른 에칭가스에 대한 일본 경제산업성의 수출 승인은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해운업계는 한일간 무역전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대비해 상황을 진중하게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고려해운은 물동량 기준 동남아, 인도의 규모가 가장 크지만 28개의 일본 노선에 200~700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하고 있어 일본 포트폴리오가 작지 않은 해운사다. 고려해운 관계자는 “아직 물량변동은 없다”며 “반도체용 가스는 온도가 중요해 탱커로 운반하는 물량도 많아 에칭가스 규제는 아직까지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출발지가 일본이고 도착지가 한국인 수송량은 극소량으로 이번 사태와 직접적 관련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시장에선 감정싸움 문제로까지 갈 경우 물동량 감소 영향은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피해 수준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700TEU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해 한-일 노선(KJX)을 취항하는 SM상선은 “무역전쟁은 언제나 변수가 생길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