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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국가 제외' 어쩌나…속 끓는 반도체 업계

2019-08-03 09:45 | 조우현 기자 | sweetwork@mediapen.com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올해 초부터 ‘부진’을 면치 못했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악화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일말의 희망마저 꺾인 상태다.

그럼에도 정부는 일본에 대한 비난 수위만 높이고 있을 뿐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들이 떠안아야 할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부가 일본을 향한 으름장을 놓기 보단 외교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온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일 각의를 열고 우리나라를 안보상 우방국가인 ‘백색국가’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백색국가는 일본기업이 군사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는 물품이나 기술을 수출할 때 일본 정부가 승인 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나라다.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 외에 한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등 총 27개국이 지정돼 있었다. 한국은 지난 2004년 백색국가로 지정됐지만, 이 리스트에서 빠진 첫 국가로 기록됐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크린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서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되는 품목은 지난 4일부터 규제 대상에 포함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을 포함해 857개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지난달부터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하며 대응 중이다. 다만 당장은 생산에 차질이 생기지 않더라도, 향후 생산라인 투자 계획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지난달 콘퍼런스콜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소재 재고를 적극 확보하면서도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있어서 향후 진행방향에 대해 가늠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한국 반도체 기업에 미칠 파급력은 올 3분기에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일본의 조치가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 미칠 파장과 관련해 “화이트 리스트 배제는 (한국에 대한) 제재나 규제가 아니다”라며 “최혜국 지위에서 빠지고 민감품목 수출시 검토를 거치한 것이며 대만 등 다른 지역과 동일한 위치에 서게 된 것뿐”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크린룸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실제로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말이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우리나라를 향한 ‘제재’나 ‘규제’가 아닌 최혜국 지위에서 제외한 것으로, 그동안 받았던 혜택을 줄인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는 설명이다. 

또 일본의 이 같은 조치는 당초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는 진단이 제기됐었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을 향한 비난 수위만 높였을 뿐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는 내놓지 않았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일본을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조언한다. 애초에 이 사태가 외교 문제에서 불거진 만큼 실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중론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태는 반일 선동으로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며 “외교적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 정권은 “일본에 침공이라도 할 것처럼 으름장을 놓고 있다”며 “냉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진권 자유경제포럼 대표는 “(정부가) 지금의 경제 분쟁을 마치 한일 간 축구경기로 생각하는 듯하다”며 “국민이 단결해서 '대~한민국' 외치면, 이길 수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보는 쪽에서 적극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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