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국내 기업들이 일본의 ‘경제보복’ 충격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 등 다양한 수단을 마련하며 일본산 핵심 소재·부품의 대안을 찾는 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리스크를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본발 악재의 1차 충격파가 4분기쯤 윤곽이 드러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지난달 초부터 일본산 핵심 소재·부품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재고 추가 확보 등 ‘플랜B’를 추진하면서 생산 효율성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본의 1차 타깃이 된 반도체는 투자 조정과 라인 효율화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부터 D램 생산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이천 M10 공장의 D램 캐파 일부를 CIS(CMOS 이미지 센서) 양산용으로 전환한다. 낸드플래시 웨이퍼 투입량도 15% 이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내년 투자금액도 올해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의 감소 등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 상화에 따라 반도체 라인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삼성전자도 생산물량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산 소재수급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들의 제품을 테스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고순도 불화수소 확보가 발등에 떨어진 불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 등은 양사의 고순도 불화수소 재고를 약 2.5개월 치로 추정하고 있다.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배터리분야에서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통해 국내 배터리 산업을 정조준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이 가운데 전기차용 배터리는 일본산 제품을 당장 대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등에 따르면 배터리 셀을 감싸는 파우치와 양극재와 음극재를 접착시키는 고품질 바인더, 전해액 첨가제 등은 일본 의존도가 큰 제품으로 꼽힌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은 소재의 국산화율 높이는 한편 거래처를 다변화하는 데 힘을 모으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부품기업들은 그동안 확보한 재고와 생산 효율 제고를 통해 일단 버티기 모드다. 앞으로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에 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에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테스트 중인 소재와 부품이 일정 기준을 통과해도 제품생산에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이후 고객사의 기준 테스트 등 넘어야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4분기부터 생산에 직접적인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산 소재·부품 부족이 현실화되면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며 “만에 하나 생산 라인의 가동이 중단될 경우 기업들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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