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대산공장(왼쪽)·롯데케미칼 울산공장/사진=각 사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롯데케미칼이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LG화학보다 높은 실적을 달성, 올해 대결의 승기를 잡은 가운데 최종 승자에 누가 오를 것인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LG화학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각각 3461억원, 2675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1분기엔 각각 2957억원, 2754억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2016년엔 LG화학이 5년 만에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1조9919억원)을 시현했으나, 롯데케미칼이 2조5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승리를 챙겼다. 2017년엔 LG화학이 9억원 차이로 신승을 거뒀으며, 지난해 상반기 역시 비슷한 성과를 내면서 2017년과 비슷한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돌았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미중 무역분쟁이 발발하고 국제유가·납사값이 급증하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LG화학의 경우 1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전지부문이 석유화학부문 수익성 하락을 만회한 반면, 롯데케미칼은 여수·울산공장 정기보수까지 겹치면서 실적이 급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또다시 상황이 뒤집혔다. 원료가격이 안정화되고 수요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석유화학부문 수익성이 개선됐으나, 에너지저장시스템(ESS) 화재가 LG화학 전지부문 실적에 발목을 잡은 것이다.
LG화학 전지부문은 정부가 화재원인을 규명하는 동안 ESS 신규 설치 발주가 멈추고 화재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탓에 1분기와 2분기 관련 비용으로 1700억원을 지출하는 등 손실을 입었으며, 상반기 2759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업계는 하반기 양사의 실적을 가를 요인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 △석화 제품 스프레드 △전지부문 수익성 등을 꼽았다. 우선 올해 들어 호르무즈해협에선 유조선 나포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 3주 동안엔 3차례나 이란이 파나마·이라크·영국 유조선 등을 나포했다.
이같은 사건이 즉각적으로 국제유가를 끌어올리지는 않았으나, 유조선 운임이 오를 경우 결과적으로 국내로 반입되는 석유제품 가격이 영향을 받게 된다. 정유업계는 이번달 석유제품 공급·판매가 상승을 점쳤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향해 '호르무즈해협 호위 연합체' 참여를 통한 국익 보호를 촉구하기도 했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미중 무역분쟁과 공급과잉 등의 영향으로 가격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톤당 에틸렌 가격은 761달러로, 지난해 동월(1380달러) 대비 40% 이상 하락했다. 파라자일렌(PX) 역시 중국 경기 부진 지속과 신규 설비 가동 우려로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지부문은 ESS 시장규모 확대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됐으나,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및 위안부 문제 등으로 촉발된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인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 업체들이 일본으로부터 리튬염·고품질 바인더·전해액 첨가제 및 동박 제조 설비 등을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배터리 역시 LG화학·삼성SDI 등 국내업체들이 제조하는 파우치형 배터리에 들어가는 필름의 상당부분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제외 조치가 수출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국내 조달 비중이 높은 소재들이 있어 예상보다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실적이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 가량 떨어졌지만, 롯데케미칼의 경우 미국 에탄크래커(ECC)와 에틸렌글리콜(EC) 설비 가동 및 롯데첨단소재 합병 등 석화사업 경쟁력 강화 효과가 기대된다"며 "LG화학은 석화부문 고부가 제품 증설 물량 가동 외에도 자동차·IT 소재 출하량 증가 일회성 부담 해소 등 다양성을 갖춘 사업 포트폴리오의 혜택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