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조만간 기업인들을 만나 일본의 수출 특혜 해제 조치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인 가운데 “안 그래도 정신없는 기업인들 시간을 빼앗아선 안 된다”는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당초 일본의 보복을 불러온 정부가 기업인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6일 청와대와 재계 등에 따르면 김 정책실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만간 5대 그룹 기업인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동 날짜에 대해 “유동적”이라고 했지만 오는 8일 조찬 회동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실장은 현재 청와대가 설치한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한국배제’ 상황반장을 맡고 있다.
이번 만남은 일본이 반도체 제조 관련 3대 품목의 수출 특혜 해제에 이어 지난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배제 조치를 내놓은 것에 대한 후속 대응책을 점검하기 위한 자리로 보인다. 일본의 수출 특혜 해제 조치와 관련해 국내 주요 대기업 고위 임원들과 만나 현황을 공유하고 관련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김 정책실장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지난달 7일 같은 이슈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과 오찬을 가졌었다. 또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0일 30대 기업을 청와대로 초청해 일본의 수출규제 해법을 논의한 바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기업인의 만남이 잦아진 것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촉발된 외교 문제인데, 기업이 그 책임을 떠안는 모양새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가 줄곧 기업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점도 불만의 불씨를 댕겼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대학원생 D씨는 “문제는 정부가 만들어놓고 기업인들이 해결하라는 발상이 이해가 안 된다”며 “평소에 기업을 중시한 정부도 아니고 온갖 규제와 압박으로 괴롭히던 정부가 필요할 때만 부르는 것이 어이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에 왔다 갔다 할 시간을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데 쓰는 게 훨씬 이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구에 사는 직장인 C씨는 “청와대가 기업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은 필요한 업무”라면서도 “정부가 지나칠 정도로 기업인을 불러내 정부 정책에 협조해 달라, 일자리 만들어내라 등의 말을 하는 건 협박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만남이 이번 사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또 기업 활동에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김 정책실장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표하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H씨는 “바쁜 대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오라 가라 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며 “전문성도 없는 교수 출신 관료가 한시가 바쁜 기업인들의 업무 시간을 뺏는 행태가 이해가 안 된다”고 질타했다. 이어 “치열한 국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총수들의 업무 시간을 빼앗지 않는 것이 그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반일운동을 부추기면서 기업과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것 또한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감정만 앞세운 반일운동은 일본에 피해를 입히기 보단, 우리 기업에 주는 손실이 더 크다는 비판이다.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Y씨는 “정부가 나서서 일본과의 ‘경제 전쟁’을 운운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그럼에도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반일운동을 부추기는 한편, 기업인들을 만나 책임을 전가시키려고 한다”면서 “무책임한 처사”라고 질타했다.
‘정경유착’을 비난하던 정부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과도한 ‘정경유착’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 동작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H씨는 “과거 ‘정경유착’을 비난했던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권보다 심한 정경유착을 보여주고 있다”며 “과거의 정경협력은 경제를 발전시켰지만 현재의 정경유착은 ‘기업 괴롭히기’와 ‘경제 폭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악의 경제•위기를 초래해놓고 이제 와 기업인들에게 어떻게 좀 해보라는 행태가 의아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