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밀집되어 있는 아파트 단지들./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손희연 기자]정부는 10월 예정했던 청약업무 이관과 시스템 개편을 내년 2월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에서 관련 개정법 발의가 지체되고, 특히 가을 분양 성수기에 청약업무가 중단되는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함으로 보여진다. 다만 정부의 오락가락한 정책으로 인한 주택 시장의 혼란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관계기관 및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결제원에 청약업무 이관을 오는 10월 1일에서 내년 2월 1일로 연기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약업무를 맡고 있는 금융결제원이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려면, 한국감정원에 청약통장 가입자들의 금융정보를 취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토부는 애초 청약 관련 금융정보를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받아 은행권으로부터 제공받으면 될 것으로 봤지만 금융위는 이 방식이 적절치 않다고 보고 유권해석을 거부하면서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현재 관련 법안이 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국토위가 국토교통위원장 교체 관련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고 이달 국회위원들의 하계휴가까지 맞물리면서 이달 중 법안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0월에 개편된 청약시스템 실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가량 테스트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중으로는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10월 청약시스템 개편을 하게 된다면 가을 분양 성수기에 3주가량 청약업무가 중단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10월 청약 시스템 개편 시행 전에 9월 신규 분양이 중단돼 건설업계 및 청약 시장 내 불편과 혼란이 전망된다. 10월 예고됐된 청약시스템 개편으로 분양시장 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이달 분양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신규 아파트 분양 일정을 확정하는데 고심했던 건설사들이 당초 9월로 예정됐던 시스템 변화를 앞두고 미뤄왔던 물량을 쏟아내는 추세로 풀이된다. 부동산정보서비스 직방이 올 8월 분양 예정 아파트를 조사한 결과 전국에서 39개 단지, 총 3만6087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중 일반분양분은 2만8143가구다. 전년 동기 대비 총가구 수는 328%, 일반분양은 399% 증가한 수준이다.
이에 상대적으로 분양 비수기인 내년 2월 청약 시스템을 실행하면 청약업무 중단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국토부는 청약업무 이관과 청약시스템 개편 시기를 속도 조절 하면서 정부 및 업계 부담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토부는 아직 청약업무 이관이나 시스템개편 연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업계 및 전문가들은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으로 인해 시장 혼란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청약 시스템 개편 시기를 10월로 예정하면서 분양단지에 따라 일정을 앞당기거나 연기하는 등 분양 시기를 두고 매우 고심했는데 청약시스템 개편 자체가 지연되면 분양 일정을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며 "정부가 주택 시장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청약 시스템 개편을 놓고 너무 오락가락하는 것 같아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새 청약시스템 개편이 연기되면 부적격 청약자를 미리 예방하는 청약정보 제공 서비스도 같이 지연돼 청약예정자들의 불편도 불가피하다. 특히 이달 말 주택법이 통과된다고 해도 최소 몇 주 전 사업주체에 청약업무 중단과 기간을 사전 공지해야 하는데 개정법 통과 시점이 불투명해 시장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
정부가 20여 년간 진행해온 청약업무를 세밀한 검토 과정 및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여러 절차를 고려하지 않고 미흡하게 정책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한 전문가는 "청약업무 이관과 청약 시스템 개편 추진은 지난해 9.13대책을 통해 발표했는데, 관련 법 개정안은 올 5월 말에나 발의했다"며 "관련 정책을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고 여러 절차를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했어야 했는데 섣부르고 미흡한 정책 판단으로 이같은 상황을 만든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손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