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환율전쟁이 장기화되면 중국이 미국과 가장 가까운 한국에 무역 보복 조치를 1차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미디어펜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에 이어 환율로 전선이 확전되며 걷잡을 수 없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의 남은 반격 카드로는 미국에 대한 국채 매각, 희토류 수출 중단 등이 꼽힌다. 환율전쟁이 장기화되면 중국이 미국의 우방국인 한국에 무역 보복 조치를 1차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와 일본과 통상마찰을 빚고 있는 한국 경제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
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황 징(Huang Jing) 베이징 어언대학 국제지역학연구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을 확대하며 중국을 빠르게 무릎 꿇게 하고 싶어한다”며 “미중관계는 이미 무역과 지정학적 긴장에 휩싸여 중국이 미국 정부의 패권에 굴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지난 5일(현지시간)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전날 위안/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으로 불리는 달러당 7위안선(포치)을 돌파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이 "환율 시장에 개입한 적 없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인정하지 않았다.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라 향후 1년간 환율 문제 개선을 위한 양자협의를 한다.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대외원조 관련 자금지원 금지, IMF(국제통화기금) 추가 감시요청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명백한 환율 조작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그것은 환율 조작이라고 불린다”고 비판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환율로까지 확전되며 미중 무역전쟁은 시계제로의 불확실성 국면에 빠졌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또한 미국은 내달부터 3000억달러 규모 제품에 대한 10%의 추가 관세를 예고했다. 중국은 이에 대응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단하고 이미 수입한 농산물에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는 ‘강 대 강’ 대결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과의 전쟁은 사태 해결의 명확한 경로가 없는 ‘영원한 전쟁(forever war)’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번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해서도 중국은 미국에 대한 국채 매각, 희토류 수출 중단 등의 보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오 왕 (Tao Wang) UBS 투자은행 수석 경제연구원은 “다음 달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이 지연되거나 취소될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SCMP는 외교 및 경제 분석가들 의견을 인용하며 “무역·기술 전쟁에 이어 이제는 통화·금융 전쟁으로 넘어왔다”며 “전면적인 경제 대결의 시작으로 한쪽이 큰 손실을 입어야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중 환율전쟁이 장기화되면 중국이 미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한국에게 우선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임종화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는 "환율은 그 국가의 신용과 같은데 중국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돼 환율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손해는 결국 중국이 볼 것"이라며 "외환시장에서 미국을 빼놓고 교역은 불가능한 데다 중국은 미국에 무역흑자를 보고 있어 환율전쟁을 오래 끌고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지속될 경우 국제 시장에서 신용도가 떨어진 중국이 미국 우방국인 한국 무역에 직간접적으로 보복을 취할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